[민간공원 특례사업 난맥상①]지난 14년 간 역대 정부들 국책사업으로 추진도입 초기 환경보호·개발이익·재산권보호 등 이점 '각광'사업 과정서 민관 유착, 민민 갈등 등 부작용 속출
  • ▲ 아파트 건설 현장. ⓒ정상윤 기자
    ▲ 아파트 건설 현장. ⓒ정상윤 기자
    [편집자주] 본보는 지난 14년 동안 역대 정부들이 국책사업으로 진행해 온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 간 유착 의혹을 비롯해 토지보상과 난개발을 둘러싼 갈등,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패 등으로 혈세를 갉아먹는 골칫덩이로 전락한 가운데 특례사업의 이면에 가려진 '허와 실'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무엇보다 사업이 실패한 원인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특례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결 방안을 모색해본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무려 14년에 걸쳐 국책사업으로 추진돼 온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사업권을 둘러싼 각종 이권 의혹과 갈등을 일으키며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유휴지 개발과 환경보호, 민간 사업자와 토지 소유주의 이익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떠올랐지만 사업 인허가와 추진 과정에서 각종 특혜와 유착 의혹 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연구원 자료 등에 따르면 최근까지 전국 5개 광역자치단체와 26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진행 중인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70여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의정부 추동공원과 포항 환호공원 등 4곳은 사업이 완료됐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공원시설로 지정됐으나 사업성 등의 이유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곳을 지자체와 민간 사업자가 공동 개발하는 제도다. 지정된 지 오래된 도시공원 용지를 지자체 재정 부담 없이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도입했다. 이후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국책사업화가 이뤄졌다.

    쉽게 말해 민간 사업자가 당초 공원시설로 지정된 부지 일부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대신 나머지 부지에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공공 기부하는 방식이다.

    ◆사업 초기 지자체·사업자·토지주 '일거삼득' 효과 기대

    지자체 입장에서는 '도시공원일몰제'에 따라 20년 이상 공원으로 조성되지 않아 용도가 해지된 부지를 개발할 수 있고 민간 사업자 입장에선 수익창출 기회라는 측면에서 각광을 받았다. 개발 제한으로 수십 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토지 소유주들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여기에 도심 공원을 품은 아파트를 일컫는 '공세권'이 인기를 끌며 두터운 수요층도 확보됐다. 실제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지난해 3월 분양한 인천 연수구 'KTX송도역 서해그랑블 더파크'의 경우 1순위 평균 17.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5월 분양한 경북 포항시 '힐스테이트 환호공원'도 1·2단지 모두 각각 1순위 평균 13.49대 1, 17.7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성공 사례보다는 여전히 시행사와 시공사나 지자체와 민간 등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으며 좌초 위기를 맞은 곳들이 훨씬 많은 실정이다. 모두에게 부푼 희망을 심어줬던 특례사업이 골칫덩이로 전락한 것이다.

    ◆민관 유착, 민민 갈등 등 잡음 속출

    현재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공모 방식과 절차 상의 문제는 물론 이 과정에서 다양한 특혜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사업 제안 단계상 맹점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 사업자의 제안에 의한 '민간주도' 방식과 지자체의 공모에 의한 '공공주도' 방식으로 나뉜다. 이후 두 방식 모두 ▶제안심사위원회 심사 ▶타당성 검토 ▶도시공원위원회 및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민간주도의 경우 지자체가 '졸속 심의' 등을 통해 특정 민간 사업자의 편의를 봐주고 공공주도의 경우에는 사업 담당 공무원 등이 특정 사업자에게 평가기준 등을 유출할 우려가 있다. 실제 경기 의정부시 직동공원 특례사업과 경남 진주시 장재공원 특례사업 등에서는 이같은 민관 유착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사업자 선정을 위한 평가항목 배점 논란도 상당하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국책사업이지만 지자체 주도로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2016년 민간공원 특례사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뿐 공모방식 등 세부적인 사업 추진은 각 지자체에 맡겼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가 '최초제안자 5% 가점', '공원시설 면적 상향 가점' 등 공통 기준 없이 각기 다른 평가표를 만들어 특정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면서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민간 사업자들이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과도한 공원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민간 개발자가 지자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민간 소유 토지를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것에 대한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태로 제주 오등봉 특례사업 등 전국 곳곳에서 토지보상금을 둘러싼 갈등도 속출하고 있다.

    ◆망북지구 특례사업 무산...의정부·전남 광주도 무산 위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아예 무산되거나 무산 위기에 처한 실정이다.

    순천 망북지구 특례사업의 경우 순천시가 사업자인 이수산업개발에게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업계획을 인가해 줬다 토지주들이 실시계획인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사업이 최종 무산됐다.

    이밖에 의정부 신곡 체육공원 특례사업과 전남 광주 서구 중앙공원 1지구 특례사업 등도 사업 시행자와 지자체 간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고 민민 갈등이 확산하면서 무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사업 초기 당시 국토교통부가 다양한 부작용을 우려해 ▲사업자 선정 특혜 시비 해소를 위한 지자체 검토 기준 마련 ▲사업 계획 무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 고려 등의 가이드라인을 권고했지만 개발 이익에 눈이 먼 일부 몰지각한 사업 시행자와 지자체의 이해 관계 속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취지는 좋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가지 잡음이 나오면서 대부분 지역의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다"며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결국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