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하면서 가치평가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3000억~4000억 수준 전망수익성 저조, 건전성 불안 '핸디캡''제일→알리안츠→안방→다자→?' 곡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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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ABL생명 매각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최근 수년간 수익성이 나빠진데다 IFRS17 도입으로 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매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최근 ABL생명 지분 100%에 대한 가치평가를 마무리했다. 매각을 공식화한 신호탄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다자보험그룹은 ABL생명 매각을 위해 법률 자문에 김앤장, 주관사로 CS를 선임했다. 이후 다자보험 측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일부 사모펀드를 만나 인수를 제안했지만 이렇다할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기업매각은 매수자를 우선 접촉하면서 가치평가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치평가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매수자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BL생명은 1954년 제일생명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생명보험사다. 1990년대 업계 4위에 오를 만큼 대형 보험사 반열에 있었지만 1999년 발생한 IMF사태로 독일 알리안츠 그룹에 매각돼 알리안츠생명으로 10여년 간 영업을 이어갔다. 그러다 유럽에서 촉발된 경제 위기 여파로 영업손실이 불어나 2017년 중국 안방보험에 팔렸다.

    이후 중국 안방보험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받으면서 2019년 중국 금융당국이 다자보험그룹을 설립하며 위탁경영을 해왔다. 이후 2021년 다자보험이 그룹 내 비핵심 자회사 정리에 나서며 ABL생명이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ABL생명의 매각가격은 3000억~4000억원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ABL생명의 총자산은 19조3371억원, 자기자본 총계는 8466억원이다.

    다만 현재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ABL생명뿐 아니라 KDB생명,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등도 거론되고 있어 성사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특히 순익면에서 2019년 28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0년 875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2021년 721억원 ▲2022년 120억원 등 수익이 계속 줄고 있다.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가 적용됨에 따라 자본건전성도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ABL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198.6%로 전년 말 232%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30%포인트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특히 새 지급여력비율인 킥스(K-ICS)가 적용되면 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ABL생명은 일단 킥스 적용 유예(경과조치)를 신청해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이는 ABL생명이 2017년 안방보험에 매각된 후 저축성·변액보험에 특화한 영업전략을 구사하면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새 회계제도 하에서는 보장보험은 신계약서비스마진(CSM)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저축보험은 부채로 인식됨에 따라 불리하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BL생명은 지난해 2조6538억원의 보험료수입을 거뒀는데, 이중 저축성 보험이 1조1191억원으로 42.2%를 차지하고 있다. 보장성 보험은 37.0%에 그치고 있다. 변액보험이 나머지 20.9%를 차지해 저축·변액 보험 비율이 과반 이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다른 보험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 상품을 통해 CSM 늘리는데 총력을 다했다"면서 "ABL생명은 이렇다할 성과가 없어 새 회계제도 하에서 매력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