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신기사 투자 31% 급감"신용경색, 자금운영 애로"당국 "벤처 금융지원 방안 마련"
  •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벤처투자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유니콘' 탄생을 위한 벤처생태계 구축을 위해 자금공급 등 정책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의 투자집행 금액은 5조7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조6000억원(31%) 감소했다.

    신기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설립되며, 금융위와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다. 중소벤처기업부 관할의 창투사(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에 비해 설립요건이 까다롭지만 비과세혜택 등 장점이 많아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투자자들의 설립 수요가 많은 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2020~2021년 기간 동안 활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의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흐름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신기사의 지난해 투자집행 규모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 4분기부터 벤처펀드 결성금액과 창투조합 결성금액이 모두 크게 위축됐다"며 "벤처기업들이 일시적인 신용경색 등 자금운영 애로를 겪고 있어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공급 확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 위축 흐름은 스타트업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강하게 감지된다. 임윤화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급작스러운 파산이 벤처업계에 큰 혼란을 초래했는데 아직 경과 시간이 짧아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다른 간접 지표를 살펴보면 투자위축과 유동성 감소 등의 흐름은 확실히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감소로 기술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벤처 시장도 미국의 이러한 분위기와 동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 '예비창업부터 글로벌 유니콘까지 완결형 벤처생태계를 구현하겠다'며 이를 100대 국정과제로 삼은 바 있다. 이에 금융위와 중기부는 빠른 시일 내 '벤처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벤처업계에서는 대출·보증 등 운영자금 공급, 성장가능성 높은 기업에 대한 지속적 투자, 기존 투자 지분을 유동화 할 수 있는 세컨더리 펀드 조성 등의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 기존 지원 기관의 자금투자 계획을 점검하고 투자확대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