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상 부수 업무 제한 위반'게임 ·홍보'에 치중입법조사처 "혁신성장 모색할 필요"
  • ▲ ⓒ하나은행
    ▲ ⓒ하나은행
    은행권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금융 업무 확대를 원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에 미온적이라 혁신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은 메타버스를 현실 점포와 유사한 ‘가상의 지점’으로 활용,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는 MZ세대 공략에 나서고 있다. 메타버스란 물리적 세계와 가상세계가 융합되는 장소를 이른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1년 12월 메타버스 전문 업체인 오비스와 협업해 소상공인들이 실제 은행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우리메타브랜치를 열었다. 

    국민은행은 이듬해 2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가상 영업점을 선보였다. 

    은행들은 메타버스가 가상지점을 넘어서 금융과 비금융이 융합되는 ‘새로운 경제활동 공간’으로 성장하길 원하고 있다. IT와 금융이 결합해 금융-비금융간 융합을 촉진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사업 확대에 적극적인 신한은행은 지난 3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시나몬 시즌2를 오픈하고 체험형 미니게임을 선보여 고객이 비금융 서비스를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권은 한발 더 나아가 메타버스에서 부수적 성격의 비금융 서비스인 디지털 자산의 보관, 헬스케어 서비스 등을 희망하고 있지만 현실은 게임과 홍보 수준에 그친 상태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불허하고 있어서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수환·유영국 조사관은 지난달 28일 발행된 이슈와 논점 ‘은행의 메타버스 진출과 금융·경쟁분야 고려사항’ 보고서에서 “금산분리 관련 법률 중 은행법상 부수 업무 제한을 위반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내 은행법은 부수 업무를 '은행 업무에 부수하는 업무'라고 규정할 뿐, 부수 업무가 은행 고유업무에 비해 어느 정도로 부수적이어야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당국의 재량에 따라 부수 업무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래 정보통신기술산업의 주요 분야인 메타버스를 통한 은행의 혁신 성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적극 활용해 부수업무 허용 범위를 파악하고, 소비자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은행법처럼 부수 업무의 기준을 법률 차원에서 설정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일본 은행법은 부수 업무에 대해 업무와 사회적 영향 등을 명확하게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