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kWh당 10원 미만 인상 유력… 가스료 1분기 동결로 인상 압력 높아국민의힘, 동시 인상 시 여론 악화 우려… 한전 등 "동결 시 더 큰 부담"한전·가스公, 임원 연봉 올리기 등 부정 이슈 잇달아… 고강도 쇄신책 주목
  • ▲ 서울 시내 가스계량기.ⓒ연합뉴스
    ▲ 서울 시내 가스계량기.ⓒ연합뉴스
    정부가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을 다음 주 중 확정지을 예정인 가운데 여당이 인상 폭을 두고 막바지까지 고심하고 있다. 동시 인상이 이뤄질 경우 국민 반발이 만만찮고, 일부 동결하기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적자난이 심각한 수준에 달해서다. 국민과 관련 업계 모두 정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여당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다음 주 중 한전과 가스공사로부터 자구책을 보고받고서 당정 추가협의와 전기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요금 조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10원 미만 인상하는 안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는 지난 1분기 인상안인 kWh당 13.1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스요금도 1분기 동결로 인해 인상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여당은 동시 인상을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처지다. 이미 정부와 전문가 등은 현실적으로 요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으로선 국민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여당은 지난해 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성난 민심을 맞닥뜨렸던 바 있어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여당의 남은 선택지로 일부 동결이 거론된다. 인상이 필요하다는 당위론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하거나 가스요금을 2분기에도 동결하는 방안이다.

    관건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심각한 적자난이다. 지난해 한전은 32조 6000억 원이란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가스공사도 12조 원의 미수금에 부채가 52조 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은 500%쯤을 기록했다.
  • 소상공인과 에너지공기업의 의견은 갈린다. 소상공인 측은 더는 요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지난달 4일 열린 '전기·가스요금 관련 간담회'에서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간사는 "전기·가스요금이 이미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상됐다. 가격이 추가로 오르면 영업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공급업계와 전문가는 동결할 경우 더 큰 경제적 부담이 우려된다며 인상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전기회관에서 열린 '전기요금 정책 간담회'에서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지난해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으로 하루에 지급한 이자가 50억 원"이라며 "고금리 시대에 이자까지 내게 만드는 것은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게 아니라 늘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론은 한전과 가스공사에 우호적이지 않은 실정이다. 한전과 가스공사 모두에 악재가 겹쳤다. 한전의 경우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가 208억 원쯤의 출연금을 무단 전용하고, 16억 7000만 원 규모의 법인카드를 불법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밖으로는 적자를 호소하면서 근로자의 날(5월 1일)을 맞아 직원들에게 1인당 10만 원의 상품권을 줬다가 회수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가스공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심각한 재정난에도 임원 연봉을 지난해보다 평균 30% 올린 것으로 알려져 눈총을 샀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보면 가스공사 상임 임원의 평균 연봉은 1억 7148만 원이다.

    여당은 여론 환기를 위해서 한전과 가스공사에 '고강도'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다. 탈원전을 외친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부 차관을 지낸 정승일 한전 사장을 향해선 사퇴마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한전은 여당의 요구에 기존 14조 원 규모로 제출했던 재정건전화 계획을 20조 원 규모로 키웠다. 가스공사는 추가 자구책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