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건설현장사상자 27%…6~8월 장마기간 발생 국토부, 위법사항 적발시 부실벌점·과태료 부과시멘트값 대립에 폭우까지 셧다운 우려 '현실화'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장마철을 앞두고 전국 건설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해수온난화 현상 '엘니뇨' 영향으로 빈번한 국지성폭우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선 건설사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실형선고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이 한층 가중된 가운데 폭우로 인한 공기(공사기간) 지연도 불가피해 보인다.

    20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서울 등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이달말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올해에는 국지성폭우와 초강력 태풍이 집중 발생할 것으로 보여 건설현장 안전 및 공기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건설현장은 장마철 안전사고에 가장 취약한 곳중 하나로 꼽힌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 사상자수 4800명중 1312건(27%)이 장마기간인 6~8월에 발생했다.

    전국 곳곳에 공사현장을 둔 대형건설사들은 장마철을 앞두고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달부터 9월까지 '풍수해 예방집중 관리기간'으로 지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장별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체크리스트를 통한 자체점검 및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풍수해 리스크가 높은 현장은 본사 유관부서와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현장주변 비탈면·가시설·옹벽 등 취약시설에 대한 사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폭우 비상대기판을 편성 및 운영하고 있다. 붕괴우려 구간은 사전에 출입을 통제하고 현장배수로와 양수펌프 등을 점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집중호우와 침수에 대비해 배수시설을 사전점검 및 정비하는 한편 집중호우 등 악천후 발생시 작업중지 및 대피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장마철 빈번한 붕괴·감전사고에도 대비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장내 굴착면은 적정기울기를 확보하고 붕괴우려가 있는 옹벽 등에 대한 점검 및 출입통제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감전사고 대비 경우 누전차단기 접지·절연상태를 점검하고 충전부나 배전반 등에 대한 빗물유입을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장마철 현장안전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집중호우로 발생할 수 있는 침수예상지역 토사유출에 대비하기 위해 흙막이를 점검하고 수시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 곳곳엔 안전표지판과 구명환을 배치해 감전 및 익사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중견사들도 장마철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영그룹은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최근 △경기 화성향남 △부산 신항 △경북 김천 △전남 여수 △광양목성지구 등 전국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강풍·집중호우 대비 사전계획 수립상태와 지반침하 및 붕괴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공사장 주변 도로·배수시설·비탈면 관리상태를 살폈다.

    국토부도 전국 2053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우기대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총 11개반 842명으로 구성된 점검단은 장마철 토사유실 및 붕괴취약구간 관리현황과 동바리·일체형발판 등 가시설 설치상태를 집중점검하고 있다. 점검결과 적발된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부실벌점, 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건설사들은 장마철 안전대책을 강화하면서도 '처벌'만 강조하는 정부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여름에는 태풍에 따른 기계장비·시설물 전도와 침수, 굴착면 무너짐, 낙뢰·습한 환경으로 인한 감전 등 다양한 유형의 사고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며 "아무리 사전에 대비해도 천재지변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안전 관련 비용은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지만 돈만 들인다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인명사고는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사고책임까지 원청사에 지운 탓에 안전담당 임원과 직원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장마철 폭우로 인한 공사중단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시멘트값 인상에 따른 현장 '셧다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장마철까지 겹치면 공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멘트가격 인상을 두고 대립해온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는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면담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엔 철근작업이나 콘크리트 타설 같은 외부작업이 어렵고 일부 실내공정만 진행할 수 있다"며 "보통 6월중순이나 하순부터 한달간 장마철은 공기에 선반영하는게 관례이지만 국지성폭우나 태풍빈도가 잦아지고 여기에 셧다운까지 현실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공공공사는 발주처에 준공기한 연장을 요청할 수 있지만 민간공사 경우 공기지연은 그대로 준공·입주지연과 지연배상금 부과, 브랜드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