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진화… 은행권 6조 유동성 공급감독기관 금융위 이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추진금융사 신용등급 줄 하향… 코스피 거래대금 18% 감소
  • 새마을금고 부실 우려가 금융과 부동산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은행권은 부실이 전이되지 않을까 긴장감이 높아졌고, 이를 지켜본 외국인들이 투자비중을 저울질 하면서 증시도 출렁이기 시작했다. 예금자보호한도, 감독부처 등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행정 결함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부상 중이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새마을금고 대출잔액은 총 17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연체액은 12조1600억원으로 연체율은 6.18%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새마을금고가 포함된 상호금융권 평균 연체율 2.4%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전체 대출의 88.4%를 차지하는 기업대출 연체율은 9.63%에 달한다. 부동산 침체기가 건설업 연체로 이어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하반기 1차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PF에 발을 빼자 새마을금고가 빈 자리에 끼어든 영향이 컸다.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잔액은 15조5079억원으로 2019년 말 1694억원 대비 9155% 폭증했다.

    부실 우려가 확산되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을 보이자 은행권까지 나섰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7개 은행은 각각 5000억~2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6조우너 규모의 유동성을 새마을금고에 투입함으로써 사태를 조기 진화하겠다는 취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예금인출이 가속화되면 보유 채권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중은행들이 가진 채권자산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며 "뱅크런만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금융권 전반에 퍼져 있다"고 했다.
  • ▲ 서울시내 한 새마을금고 점포ⓒ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새마을금고 점포ⓒ연합뉴스
    뱅크런 진정됐지만… 충격파 금융·산업 곳곳에

    대규모 예금 이탈세가 잦아들면서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됐다. 산업 전반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우려는 여전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초(3일) 3.61%에서 10일 3.79%로 18bp(1bp=0.01%p) 치솟았다. 6거래일 만이다. 지난 4일 행정안전부가 연체율이 높은 금고 100여곳에 대한 특별검사 계획을 발표한 이후 채권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채권금리가 높아지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을 더 지급해야 한다. 회사채(AA-·무보증) 3년물 금리는 이달 초 4.42%에서 10일 4.59%로 15bp 뛰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알려진 지난해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이후 벌어진 유동성 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코스피도 닷새 연속 하락장이다. 지난 3일 2600선에 올라선지 하루만에 하락세를 시작해 10일 종가 2520선에서 겨우 멈췄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지난달보다 18% 줄어들었고, 기관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281억원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부동산PF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제2금융권 신용등급도 나빠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안정적' 평가를 받은 키움저축은행,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바로저축은행의 신용등급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실제 신용도 하향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올해 신용도가 개선된 곳보다 나빠진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새마을금고 본점에 방문해 예금하고 있다.ⓒ연합뉴스
    ▲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새마을금고 본점에 방문해 예금하고 있다.ⓒ연합뉴스
    감독기관 교체,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힘 받는다

    대출 부실 뿐 아니라 임직원의 비리 의혹도 불거지면서 새마을금고 운영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새마을금고 감독권한을 행안부에서 금융당국으로 넘기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감독을 받지 않는 상호금융사는 새마을금고가 유일하다.

    국회 행안위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마을금고는 창립 이래 금융자산 284조원, 거래 고객만 2262만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를 키워왔다"면서도 "일부 금고는 선거 부정 및 횡령, 부실 대출 등 금융사고와 정치권 유착 등 문제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형적 조직구조를 꼬집으며 "전국 1294개 금고 임직원 2만8891명 중 임원만 무려 47%에 이른다"며 "중앙회장 연봉은 6억5000만원, 상근임원은 5억3000여만원에 달하는 등 막대한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했다.

    5000만원으로 묶인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이 운영 중인 민관 합동 TF에서 이를 논의 중인데 빠르면 내달 최종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적어도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마을금고 사태로 촉발된 불안 심리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