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 일 등 대부분 1억 이상증액법안 4건 올라와홍석준 "고객불안→예금인출 대비해야"
  • ▲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22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있는 예금자보호 한도가 두 배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SVB) 은행이 36시간만에 벌어진 초고속 뱅크런 사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치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1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예금자보호 한도를 증액하는 법안 4건이 계류돼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보험금 지급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 5000만원을 설정한 2001년과 비교하면 1인당 GDP가  3배 가량 증가한 점과 GDP 대비 보호한도 비율이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감안할 때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이 예금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 25만달러, 영국 8만5000파운드, 캐나다 10만캐나다달러, 일본 1000만엔, 프랑스·독일·이탈리아 10만 유로를 예금보험한도로 정하고 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미국은 3억2000만원이 넘고 나머지 국가들도 1억원 안팎으로 우리보다 높다. 여기에 SVB 직격탄을 맞은 미국 의회는 예금보호 한도 상향을 추진 중이다.

    홍 의원은 "현행 예금보호 제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SVB 파산 사례처럼 금융 고객의 불안이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예금보호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예금보호 한도 상향은 모처럼 여야가 의견이 일치되는 지점이다. 홍 의원 외에도 여권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희곤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고, 야당인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증액 개정안을 내놨다. 다만 박 의원 법안의 경우 구체적 한도액을 정하지 않고, 예금보공사가 5년만다 의결을 거쳐 지급한도를 결정토록 명시했다.

    여론이 모이면서 민주당은 예금보호 한도 상향을 당론 수준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는 "미국 정부가 SVB 사태 이후 예금 전액을 보호하겠다고 신속하게 밝히면서 금융 위기가 진정세로 돌아섰다"며 "초고속 뱅크런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예금보호 한도 상향이 예금보호료율을 끌어올려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기관이 보험료 부담을 예금이나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도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으로 자금유입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규모가 큰 시중은행이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경쟁을 벌어게 되고 시장금리가 연쇄상승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급격한 한도증액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금융권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업종별 한도를 차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