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후 거래량 증가…분양가보다 1.2억 프리미엄실거주 의무 폐지, 4개월째 국회 계류…위반시 1천만원 이하 벌금형전문가들 "국회 통과 늦을수록 시장 악영향"…尹 "신속 처리" 촉구
  • ▲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230124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230124 ⓒ연합뉴스
    정부의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조치 이후 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거래가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최근에는 분양권에 수억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분양권 전매제한과 패키지 격인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분양권 거래량이 계속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량은 1분기 55건에서 2분기 210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6월 거래에 대한 신고 기한이 아직 남아 있어 2분기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이 기존 분양가보다 평균 1억2000만원가량 비싸게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 들어 6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 39건의 평균 가격은 10억3152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분양가가 9억667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1억2485만원 비싸게 거래된 것이다.

    동대문구 용두동에 조성된 주상복합 단지인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전용 84㎡는 2019년 분양가 8억3100만원에서 올해 5월 14억1485만원(49층)에 전매됐다. 프리미엄이 5억8385만원이나 붙었다.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 84㎡ 분양권 역시 2019년 당시 분양가 10억530만원보다 4억9026만원 웃돈이 붙어 지난달 14억9556만원에 전매됐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용 84.9㎡ 입주권은 6월에만 15건의 거래가 이뤄졌고, 웃돈도 크게 붙었다. 분양 당시 전용 84㎡ 분양가가 12억3600만~13억2040만원이었지만 6월2일 18억5600만원(17층)에 거래되면서 분양 이후 5억원 가까이 웃돈이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권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단지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로 나타났다. 이 단지는 올해 상반기에만 20건의 분양권이 거래돼 전체 거래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또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분양권은 5건, 강동구 천호동 '강동 밀레니얼 중흥S-클래스' 분양권은 3건 각각 거래됐다.

    이밖에 △강동구 성내동 '힐스테이트 천호역 젠트리스'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 자이 폴라리스' △노원구 상계동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은평구 수색동 'DMC SK VIEW 아이파크 포레' 등에서 분양권이 거래됐다.

    정부가 4월부터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대폭 완화하면서 분양권 거래 시장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앞서 정부는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전매제한을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대폭 단축했다. 4월7일부터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은 분양 시점으로부터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했다. 부동산R114는 전매제한 규제 완화로 수도권 120개 단지 12만 가구의 분양권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올 들어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2~3년 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분양된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전매제한 완화로 수도권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권 거래가 늘어나고 있지만, 앞으로도 분양권 거래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게 중론이다.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와 패키지 격으로 추진되던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거래한 사람들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사정이 생긴 경우 분양받은 주택을 일찍 팔 수는 있게 됐지만, 실거주 의무가 없어지지 않아 결국 무용지물인 셈이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실거주 의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약시장이 과열되면서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만든 조항이다. 기존 주택가격이 급상승하는 가운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주택은 분양가가 저렴해 청약경쟁률이 치솟았다. 이에 실수요자만 청약하도록 수분양자의 실거주 의무를 신설한 것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3월부터 6월까지 4번이나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다. 그러나 여야간 이견으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합의가 안 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국회 논의가 길어질수록 부동산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면서 대국민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의사 결정을 애매하게 만들면서 시장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정부 발표가 있었던 만큼 국회의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전매제한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책으로 시장에 일부 숨통이 트였고,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주택 수요자들이 웃돈을 주더라도 원하는 단지와 층 등을 선별해 매입하는 사례가 증가했다"며 "고금리에 추가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매제한 완화만으로는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매제한이 완화된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오히려 시장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며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분양권 거래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제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 체질 개선과 민생 안정을 위한 법안들, 예를 들어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실거주 의무 완화를 위한 주택법, 비대면 진료 근거 마련을 위한 의료법 등 다수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 잡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 많은 국민께서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