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4대 그룹에 '한경협 가입 요청' 공문 발송재계, 재가입 신중론 "전경련, 정경유착 꼬리표 있어"전경련, 오는 8월 말 총회서 한경연 흡수 통합 등 처리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대 그룹에 새로 출범하는 한국경제인협회 재가입을 요청했다. 다만 재계는 정경유착 탈피를 강조하고 있어 재가입 여부는 미지수다. 새롭게 조직을 혁신하고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4대그룹 없이는 명분이 약하다는 측면에서 전경련의 맹목적인 구애가 결실을 맺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전날 '전경련 경영위원회' 명의로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 '한국경제인협회 동참 요청 서한'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전경련은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해 오는 8월 말 한국경제인협회로 새로 출범한다.

    전경련은 공문을 통해 "기존 한국경제연구원 회원사인 4대 그룹은 (전경련과 한경연이 통합한) 한경협 회원사로 그 지위가 승계된다"며 "적극 동참해주기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경협은 회원사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돕겠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한국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을 진단하는 한편 올바른 시장경제 시스템 확산을 위한 싱크탱크로서 경제단체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새로운 경영 환경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경협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혁신안을 추진하겠다"고도 전했다.
  • ▲ 최태원 SK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6년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 최태원 SK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6년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전경련이 공문을 발송한 것은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가 반기 실적 발표에 맞춰 다음주부터 열리기 때문이다. 4대 그룹은 다음 주부터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재가입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 계열사 중 기존 한경연 회원사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현대차, 기아,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LG, LG전자 등이다. 한경연 회원사는 회비를 내지 않고 있지만,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 회원사는 회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4대 그룹이 한경협에 재가입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7월 정기회의에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에 과거에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폐해가 있었다"며 "전경련과 정치권력 먼저 스스로 확고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이 있어야 (재가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은 과거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대중에게 남아있는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그 중에서도 '정경유착'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에 관련없는 기업인이 전경련을 맡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4대기업 가운데에선 전경련에 몸담았다가 피해를 본 적이 있어 재가입 종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재계 순위 1위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작년 8·15 광복절 특사로 사면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부정회계·부당합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수감 생활을 하게 된 계기 역시 국정농단 사태 및 전경련과 관련이 있어 재가입이 부담스럽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6년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앞으로 저는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LG도 전경련과 서먹한 사이다. LG전자의 1998년 반도체 사업을 정부의 빅딜 정책으로 넘겨줄 당시 이 과정을 전경련이 주도했다. LG그룹은 창립 60주년 사사(社史)에서 반도체 빅딜의 '흑역사'에 대해 "강압적 분위기에서 반도체 사업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며 울분을 토한 바 있다. 고 구본무 회장은 이후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LG그룹은 지난 국정농단 사태 당시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전경련 공식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전경련의 혁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에 오는 8월 전경련 총회에서 차기 회장 인선과 4대 그룹 복귀 가시화가 동시 이뤄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차기 한경협 회장으로는 미국 정계 네트워크를 가진 류진 풍산 회장 등이 거론된다. 최근 전경련 안팎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한경협 회장 의사를 지속 타진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전경련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공개했다. 전경련은 다음 달 22일 총회를 열고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해 ‘한경협’으로 바뀌면서 신임 회장 선임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