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미래 먹거리 낙점 불구 힘 못쓰는 에틸렌 나프타 크레킹 등 다운 스트림 대규모 투자 불구 시황 회복 요원中 리오프닝, 반등 노렸지지만 효과 없어… "친환경사업 등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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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업계가 일찌감치 석유화학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지만 업황 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장 설비 투자 등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이대로라면 자금 손실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신사업 일환으로 석유화학 사업을 택하고 각 사별로 '조 단위' 투자를 단행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유가가 흔들리면서 정유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이었다.

    가장 크게 투자를 단행한 곳은 에쓰-오일이다. 에쓰오일은 9조원 이상을 투입해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생산시설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조성하고 있다. 오는 2026년 6월 완공이 목표다.

    GS칼텍스도 지난해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구축하고 올해부터 가동을 시작했으며, HD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3조원 이상을 투자한 대산 HPC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정유업계는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수익 지표가 언제쯤 올라올지는 미지수다.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에틸렌 스프레드(제품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제외한 금액)가 부진한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중국의 석유제품 수요 부진이 겹쳤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7월 둘째주 에틸렌 스프레드는 127.37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 29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2분기 들어 286달러까지 치솟으며 석유화학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인상으로 석유화학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랐고, 에틸렌 스프레드도 다시 100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은 300달러로 현재와 같은 흐름으로는 공장 가동이 되레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기존의 석유화학 기업들마저도 주력 사업에서 조금씩 손을 털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기후변화 시대와 수소 사회 전환에 따라 성장성이 낮은 석유 사업 대신 배터리, 친환경 소재, 신약 등으로 주력 사업을 교체 중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딘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난감한 처지가 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반기 석유화학 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서면 예상보다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가전·건설산업 등 계절적 성수기에 맞춰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 에틸렌 스프레드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인한 업황 반등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면서도 "현재까지 부진은 이어지고 있으나 저점을 지나면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석화 사업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한 친환경 신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며 "산업 자체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는 시장이 아닌데다 장기적인 수익성을 보고 시작한 사업들인 만큼 어느정도 텀을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