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선진운수지부 위원장 인터뷰]버스업계 노조 간부 5회…25년 운행 경력 베테랑"처음엔 싸울 생각…근무환경 바뀌며 마음 고쳐먹어""지금은 과도기…펀드라도 회사 운영만 잘하면 문제 없어"
  • ▲ 박정호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선진운수지부 위원장. ⓒ
    ▲ 박정호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선진운수지부 위원장. ⓒ
    일부 시민단체 및 노동계가 최근 몇 년 사이 진행돼 온 사모펀드의 시내버스업 진출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며 준공영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준공영제가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돼 완전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막상 사모펀드에 인수된 버스회사 노동자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인수된 선진운수의 박정호 노조위원장을 만나 회사 주인이 바뀐 뒤 버스회사 근로자들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들어봤다.

    회사가 사모펀드에 매각되었는데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나.

    처음에는 몰랐다. 사모펀드가 인수한다는 소문만 무성하던 중 10일 정도를 남겨두고 모두가 알게 됐다. 당시 노조 간부가 아니라 일반 운전기사였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보다는 인수된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당시 기사들은 선진운수 전 대표와 임원들의 경영에 모두 힘들어했다. 경영진이 바뀌기를 모두 바라고 있었다. 경영진이 바뀐 후 노조위원장이 됐는데 새 대표이사의 경영에 대해 너무 만족하고 있다.

    어떤 점이 만족스러운가.

    근로조건이 변했다. 전에는 쉬는 시간 없이 뺑뺑이를 돌렸다. 정해진 운전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운전하라 내보내고 식사도 형편없었다. 대표의 횡포와 직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징계가 심했다. 전 대표 당시 노조 총무를 했는데 이런 모든 면 때문에 많이 싸웠다. 그래서 총무직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노조위원장이 된 후 바뀐 경영진 첫 대면에서 이전 대표를 만날 때처럼 싸울 생각만 했다. 그런데 새 대표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의견 수렴을 합리적으로 잘 해줬다. 그래서 상생하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 복지, 징계, 근무형태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지금까지 잘 개선돼 나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개선됐나.

    우선 식사 질이 너무 좋아졌다. 전 대표 때는 식사 질이 너무 안 좋아서 맨날 라면만 먹고 그랬다. 그런데 식사가 질 좋게 개선되면서 일산사업장이 먼저 바뀌었고 기사들도 너무 좋다고 한다. 조만간 있을 노사협의회에서 구산동 본사차고지까지 식사 질 개선 확대를 건의할 예정이다. 완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근로자들의 근무환경이 좋아지고 있다. 화장실도 많이 개선됐다. 예전에는 지저분하고 낡은 구식의 화장실이었으나 작년 하반기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모두 바뀌었다. 휴식공간도 새롭게 조성되고 전 영업소 휴게실에 안마의자도 설치됐다. 기사들이 너무 좋아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3년 동안 싸워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대표이사가 온 지 수 개월만에 바뀌었다. 정비사들의 작업환경도 대폭 개선돼 작업상 안전 및 편의가 강화됐다.

    경영진이 바뀌었다고 근무형태가 달라질 수 있는 건가.

    25년 간 일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밥 먹는 시간, 쉬는 시간을 안 주고 다음 버스를 운행하도록 내보냈던 부분이다. 차량 배차 판에는 "서두르지 말고 안전운행하세요"라고 써 있다. 과거에는 배차 시간·간격 부분이 하나도 안 지켜졌다. 버스를 천천히 운행하면 막차 시간까지 하루에 4번 운행해야 하는 노선을 3번만 돌고 퇴근한다. 이럴 경우에 회사도 손해를 많이 본다. 운행 횟수는 서울시와 회사가 조절하는 부분인데 계획된 만큼 운행을 못 하면 회사가 서울시로부터 페널티를 받는다. 차가 차고지에 늦게 들어와서 출발이 늦어지면 그 날 운행 횟수를 다 못 채울까 봐 앞차가 출발한 지 얼마 안 돼서 다음 차가 따라 출발한다. 그렇게 차가 서둘러서 쫓아가면 사고가 나는 것이다.

    기사들은 원래 4시간 운행에 15~20분 정도를 쉬는데 차고지에 늦게 들어오면 운행 횟수가 모자랄까봐 화장실도 못 가고 바로 나간다. 이런 점이 스트레스가 크다. 새 대표는 운행 횟수 부분에 대해서 손해를 보더라도 기사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쪽이다. 회사가 시간을 주니 우리도 차고지에 와서 담배 한 대 태우고 화장실 다녀올 시간이 있다. 이런 회사의 이해에 노조도 조합원들에게 "사고 나면 본인이 힘들게 되니 조합을 믿고 서두르지 말라"고 전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도 안전 운전하면서 신호위반, 사고, 민원 등 많은 부분을 개선하고 있다. 회사가 운행 간격만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면 기사들은 손님에게 인사할 시간도 있고 친절하게 응대할 수 있게 된다.

    징계 개선은 어떤 부분을 의미하나.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기사들은 고정이 된다. 운행하는 차와 시간이 고정적으로 배정되는 것이다. 고정된 차가 없는 기사를 스페어라고 한다. 예전에는 작은 사고만 나도 스페어가 됐다. 힘들게 올라갔는데 사소한 건으로 하루아침에 스페어가 되는 것이다. 신호위반만 해도 스페어로 빼거나 편파적인 징계가 난무했다. 지금은 이런 부분도 크게 개선됐다.

    시민들도 혜택을 보는 부분이 있을까.

    운행 횟수를 맞추려고 차를 적정 간격 없이 빡빡하게 줄지어 운행하면 기사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앞에 가는 버스 기사는 승객이 먼저 오는 차에 많이 타니 탑승객이 과다해 힘들다. 승객들도 차내에 사람이 빽빽해서 짜증을 낸다. 그러면 기사들도 서비스가 잘 안 나온다. 회사가 기사들을 고려해 운행 횟수 부분을 이해해 주니 우리도 천천히 안전운행하고 승객분들께 친절하게 응대할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운전 습관이 하루아침에 변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

    회사 주인이 바뀔 때 기사들이 불안해하진 않았나.

    펀드라는 것에 대해 우리도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직원들 입장에서는 사모펀드가 인수해도 회사 관리만 잘하면 좋게 볼 수 있다. 우리는 누가 지분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제대로 구성돼 회사를 위해 제대로 된 경영을 한다면 문제될 게 뭐가 있겠나. 처음에는 좋지 않을 거라고 봤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경영만 제대로 한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펀드가 차고지 등 회사 자산을 매각하고 이익금을 챙겨 빠져나가려고 한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 차고지는 매각 안 됐다. 모 언론사도 차고지 팔았는지 회사에 와서 물어보길래 그런 일 없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다만, 고양시 용두리에도 차고지가 있는데 이 곳이 창릉신도시 사업에 강제 수용됐다. 국책사업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회사도 주변에 대체 차고지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머지 차고지는 모두 그대로 있다. 그리고 가능만 하다면 지금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는 차고지가 하나의 차고지로 통합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정비 관련해서도 지금은 차고지가 나뉘어 있으니 인력 배분도 어렵다. 차고지가 통합되면 운영관리 비용도 줄어들 것이고, 시설도 조금 더 완벽하게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다. 기사들이 다 함께 근무하면 노조 활동도 한 번에 할 수 있어서 더 좋다.

    운전직 외에 정비직 직원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나.

    차량 정비에는 다양한 많은 시설, 장비가 필요하다.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들어갈 텐데 지금은 노후장비들을 모두 교체하고 시설도 보완했다. 정비나 시설 부분에서는 우리가 만족하고 있다. 예전에는 정비소에 천장이 없었다. 비가 오면 비 맞으면서 기름 넣고 차 관리하는 일을 했다. 대표가 바뀌고 각 사업장 정비소에 대형 천막을 설치했다. 그래서 이제는 비가 와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햇볕이 내리쫴도 그늘에서 일한다. 근무환경 부분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게 느껴진다.

    안전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변화가 있나.

    예전에는 정비 부속품들 관리가 들쭉날쭉했다. 교체 시기가 지난 부속품도 아껴야 한다며 제대로 교체해 주지 않는 일도 많았고, 역으로 아직 충분히 쓸만한 부품들을 조기에 교체해 버리는 일도 있었다. 지금은 정비작업이 체계화돼 부품 마모, 교환 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부품비도 아끼면서 노후부품으로 인한 안전 문제도 없도록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겨울철의 경우 버스가 나가야 하는데 배터리가 제 때 교체가 안 돼 운행이 지연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부품 교환한다고 시간이 걸리면 기사들은 배차 시간을 못 맞춰서 운전을 급하게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이런 부분이 바뀌는 단계다. 저급 부품을 쓰거나 부품 교체가 늦어서 안전사고가 나면 예전에는 다 기사 책임으로 돌렸다. 사고 때문에 운행 횟수를 다 못 맞췄다고 징계를 내렸다. 징계가 난무했고, 그래서 고정 근무에서 스페어로 간 사람들이 많았다. 10~20년 근무하면서 겨우 고정이 됐는데 억울한 징계 때문에 예전에는 스페어 천국이었다.

    대형화되면 노조의 역할도 커질 것 같다.

    전에는 회사가 노조원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노사운영회를 정기적으로 연다. 고충이 있으면 빠른 시간 안에 고치려 노력한다. 노조는 월 1회 회사와 회의하고 시정할 부분이 있으면 바로 노사운영회 날짜를 잡아서 논의한다. 예전에는 다른 회사가 부러울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회사 기사들이 우리 회사를 부러워한다. 조합원들에게도 좋은 결과가 전달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계에서 한국이 버스비가 가장 싼 편이다. 서울시도 함께 운영을 하는데 버스 요금이 너무 낮으면 보조금에 많이 의지하고 그러면 시민들에게도 마이너스다. 물가에 비례해서 어느 정도 수준은 유지해줘야 한다. 버스가 안전하고 친절하게 운행되기 데에는 모든 부분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시민들도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