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호우에 밥상물가 비상… 상추 등 채소류 최대 400% 급등버스 등 공공요금 인상에 기름값도 '들썩'… 추석까지 물가 오를 듯野, 난방→민생→수해 '추경 타령'… 이재명 "추경, 춤이라도 추겠다"5월 재정수지 -52.5조원·나랏빚 1088.7조원… 재정준칙 법제화 '요원'
  • ▲ 집중호우로 가격이 급등한 채소류 ⓒ연합뉴스
    ▲ 집중호우로 가격이 급등한 채소류 ⓒ연합뉴스
    집중호우에 채소류를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면서 2%대를 보이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인다. 연초 난방비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주장했던 야당은 이번에는 '수해'를 내세워 돈을 풀자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세수펑크 상황에도 내년 총선을 의식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열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나라살림을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은 여전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재정준칙을 통한 개혁으로 정부부채가 줄면서 투자전망이 살아나 경제가 안정화하는 모습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청상추는 4킬로그램(㎏)당 도매가격이 평균 9만360원으로 4주 전인 1만8120원보다 398.7%나 폭등했다. 적상추는 4㎏당 8만3520원으로 343.8%, 시금치는 5만5660원으로 214.1% 각각 급등했다. 깻잎과 애호박 등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21개월 만에 2%대 물가를 기록했던 6월(2.7%)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인다. 정부는 여름 휴가철인 7~8월은 원래 물가가 상승하는 데다 9월엔 추석 명절로 인해 성수품 수요가 몰리면서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은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올해 연 물가상승률을 기존 전망치인 3.5%에서 0.2%포인트(p) 낮춘 3.3%로 전망했다.

    하지만 역대급 집중호우로 말미암아 24일 오전 6시 현재 3만5392헥타르(㏊)의 농작물이 침수되고 가축 87만2000마리가 폐사했다. 정부로선 예상치 못한 대규모 피해인 셈이다.

    이에 더해 올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서울시는 계속되는 적자로 지난 4월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려고 했다가 중앙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에 인상 시기를 올 하반기로 미뤘다. 서울시는 다음 달 버스 요금은 300원, 지하철은 10월부터 150원을 각각 올리기로 했다. 인천시도 10월부터 시내버스 요금 250원, 지하철 요금 150원을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내년에는 상수도 요금마저 올린다는 계획이다.

    국제 유가도 꿈틀댄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가격은 2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7월 셋째 주(16~20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주 전보다 11.5원 오른 리터(ℓ)당 1583.7원을 나타냈다.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다지고, 다음 스텝인 '경기부양'으로 나아가려는 정부로선 3분기 물가불안이라는 악재를 만난 셈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야당은 추경 편성 타령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연초 난방비 추경 이후 민생 추경에 이어 이제는 수해 추경까지 요구하고 있다. 시기에 따라 추경 앞에 붙는 '명분'은 달라지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바는 한결같다. 수십 조원의 돈을 시장에 풀자는 것이다.

    다만 이번 수해 추경은 정부의 피해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야당도 정확한 추경 규모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피해 집계가 끝나기도 전에 일단 추경 편성부터 지르고 본 셈이다.

    정부는 야당의 추경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재해대책비나 예비비 등으로 충분히 피해 복구가 가능하다는 태도다.

    기획재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재해대책비 2000억 원, 행정안전부 1500억 원, 예비비 4조6000억 원 등 가용 재원을 총동원하면 7조6000억 원쯤의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집중호우 피해와 관련해 급한 불은 이들 재원으로 끄면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야당이 이름만 바꿔가며 추경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슈 선점'을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추경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돈을 푸는 것이 국민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딱이라는 생각인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저보고 추경 노래 부른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던데,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면 민생 노래가 아니라 민생 춤이라도 추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단순히 추경 요구에 그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할 경우 경기침체 등의 사유가 없더라도 추경을 편성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을 하려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의 '추경강제법'은 결국 빚내서 추경하자는 얘기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과는 정반대 행보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만약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면 상한선을 2%로 낮춘다.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 원(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36%)에서 지난해 1068조8000억 원(GDP 대비 49.7%)으로 급증했다. 기재부는 올해 국가채무를 1134조4000억 원(GDP 대비 49.8%), 내년에는 1201조2000억 원(GDP 대비 50.6%)으로 각각 전망했다.

    기재부의 재정동향을 보면 경기 부진으로 국세수입이 감소하면서 지난 5월 현재 관리재정수지는 52조5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가채무(중앙정부)는 1088조7000억 원에 달했다. 올해 정부가 예상한 국가채무 1100조3000억 원까지는 불과 10조 원쯤 남았다.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8일 재정준칙 법제화와 관련해 "한국의 국가부채비율 상승 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에서 가장 크다"면서 "갈수록 심화하는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잠재성장률 위축 등으로 미래 재정여력의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지속 가능한 미래 보장뿐 아니라 외국인 자금 유입에도 용이하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30% 넘게 가격이 폭락했던 브라질 채권의 경우 올 상반기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의 신규 채권 판매액은 8875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70% 늘었다.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신흥국 국채인 브라질 국채는 투자 위험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도 브라질 국채에 대한 국내 투자수요가 증가한 이유는 브라질의 국가채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정부부채 비율이 GDP 대비 87.6%에 달했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이 추진한 재정준칙 개혁에 따라 현재는 73.1%로 낮아진 상태다. 그 여파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달 브라질 경제 전망을 종전의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였다.

    더불어 정치 리스크도 줄었다. 지난해 말 불거졌던 대선 불복 이슈가 해결됐고, 중도와 우파 의석 비중이 높아지면서 좌파식 포퓰리즘 정책 쏠림을 제어해주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