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다시 피어오르는 '부동산 투기악몽'서울아파트 매매거래 24.9% 외지인 매수…상경투자↑6월 주택거래량 21년8월이후 2년만 4000건 상회할 수강남권 대형평형, 2년전 고점보다 신고가 갱신한 곳도원자재값 급등 3년뒤 공급부족…집값불안 또다른 뇌관가계부채 '빚폭탄' 우려…주담대연체율 1년만 2배 상승
  • ▲ 서울 양천구 한 부동산. 230718 ⓒ연합뉴스
    ▲ 서울 양천구 한 부동산. 230718 ⓒ연합뉴스
    거래절벽이 점차 해소되던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산시장의 빠른 분위기반전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선호지역과 급매물이 소진되면 거래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예상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서울전역에서 반등거래가 늘자 집값바닥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심지어 서울에 살지 않은 외지인들의 '상경투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거래에서 외지인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2개월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시장에서는 통상 외지인거래를 '투기수요'로 여긴다. 서울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서울 아파트를 투자처로 인식하는 타지역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집값은 5월4째주(0.03%)이후 9주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3째주(17일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0.07% 오르며 지난주 0.0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구별로는 보합세를 기록한 도봉구를 제외한 나머지 24개구에서 모두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강북권에선 노원구(0.03%)와 강북구(0.01%)가, 강남권에선 강남구가 0.11% 올라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성동구(0.05→0.10%), 마포구(0.12→0.15%) 모두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는 대형평형을 중심으로 2021년 고점때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64㎡는 지난달 4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2021년 9월 42억원보다 6억5000만원 높고 직전 실거래가인 4월 44억5000만원 대비 4억원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6차' 전용 144㎡는 이달 51억2000만원에 거래돼 5월 거래된 46억원과 비교해 5억원 넘게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 자이' 전용 165㎡ 역시 지난달 역대최고가인 5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권이 이끌던 아파트가격 반등세는 서울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에 있는 '텐즈힐 1단지' 전용 148㎡는 지난달 22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갱신했다. 한 달 전 거래 18억5000만원과 비교해 3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용산구 한강로3가 '한강 대우트럼프월드 3차' 전용 173㎡는 2021년 2월 거래가격(26억원)보다 9억원 높은 35억원에 지난달 팔렸다.

    주택거래량도 상승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5일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792건으로 집계됐다. 4월 3185건, 5월 3422건에 이어 3개월연속 3000건을 넘어섰다. 6월 거래 신고기한이 이달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2021년 8월 4065건이후 2년만에 4000건을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

    특히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외지인거래가 부쩍 늘었다.

    부동산원 월별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매매거래현황을 보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3711건중 외지인이 매수한 거래는 925건(24.9%)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7월 930건이후 1년10개월만에 최대치다.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구입은 정부의 1.3부동산 규제완화 대책발표 직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18.7%, 11월 22.1%이던 외지인 거래비중은 지난해 12월 35.9%까지 상승했다.

    올들어 비중은 다소 줄었지만 △1월 29.1% △2월 25.2% △3월 25.0% △4월 24.7% △5월 24.9%로 25%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209개월동안 외지인 매매거래비중 평균이 18.7%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 ▲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 230112 ⓒ연합뉴스
    ▲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 230112 ⓒ연합뉴스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 외지인 매입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지난해 1~5월 거래된 강남구 아파트 1005건중 외지인거래가 119건이었지만 올해 1~5월은 849건중 21건이 외지인 거래였다. 비중으로는 11.8%에서 25.1%로 13.2%p 증가했다. 이어 마포구는 지난해 22.4%(322건중 72건)에서 올해 34.8%(603건중 210건)로 12.5%p 늘었다.

    전문가들은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매입비중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완화이후 주택수요가 높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주택수요가 많은 서울과 일부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외지인 거래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와 교육‧교통 등 입주조건이 우수하고 상대적으로 주택수요가 많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며 "강남 집값이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오르면서 외지인의 강남3구 아파트 매입비중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건설사들이 사업자체를 꺼리면서 3~4년뒤 집값이 불안해 질 수도 있다는 문제적 시선도 있다. 

    실제 향후 주택공급을 예측할 수 있는 인허가·착공·분양승인 실적 3대지표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이같은 우려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1~5월) 전국 주택 인허가실적은 15만7534가구로 전년동기 20만9058가구 대비 24.6% 감소했고 착공실적 역시 같은기간 7만7671가구로 전년동기 14만9019가구 대비 반토막(47.9%)났다.

    분양승인 역시 후퇴하는 모습이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4만6670가구로 전년동기 9만6252가구 대비 51.5% 급감했다. 

    이같은 지표가 통상 주택공급 부족으로 직결될 공산이 큰 만큼 향후 집값급등 불쏘시개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일례로 2012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건설사들이 사업환경 악화로 주택수주를 줄이면서 공급물량이 최저치를 기록하자 전국 집값은 2014년 3.48%에서 2015년 6.88%로 1년만 두배 가까이 상승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가 통제범위를 벗어나 '빚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을 보면 예금은행 가계대출잔액은 6월말기준 1062조원으로 전월보다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잔액기준으로는 사상 최대규모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들어 3월까지 전월대비 감소세를 이어가다 4월(2조3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선뒤 5월(4조2000억원)과 6월까지 석달연속 늘어났다. 특히 6월 가계대출은 2021년 9월 6조4000억원이후 21개월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에서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6월 은행 주담대는 2020년 2월 7조8000억원이후 3년4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나타냈다. 부동산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주담대는 2월(-3000억원)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올들어 3월(2조3000억원), 4월(2조8000억원), 5월(4조2000억원), 6월(7조원) 4개월연속 증가했다. 2020년 2월 7조8000억원이후 최대치다.

    연체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담대 연체율은 4월말 기준 0.21%로 1년전 0.11%보다 0.10%p 올랐을 뿐만 아니라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2020년 4월 0.20%를 앞질렀다.

    조주연 한은 동향분석팀 과장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기대가 높아지면서 가계의 초과저축분이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경우 주택가격 상승은 물론 가계 디레버리징 지연 등으로 금융안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