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한탕주의에 멍드는 금융시장과열 경고 나왔던 2차전지株, 결국 극심한 변동성 겪어2차전지 합산 시총 472조원…"쏠림 현상이 시장 왜곡"신용융자 잔액 20조원 돌파…2차전지 반대매매 경고등전문가 "치킨게임 양상 치달아…불나방 투자 멈춰야"
  • 올해 국내 증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급상승한 2차전지 종목들이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 증시 전반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코프로‧포스코그룹 등 특정 2차전지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극단적 쏠림이 나타나는 현상이 금융위기급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시를 주도하던 2차전지 관련주들은 지난 26일부터 일제히 낙폭을 확대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연초 대비 10배 넘게 오르면서 '황제주(1주당 주가가 100만원 이상)' 자리에 올랐던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보다 19.79% 하락한 98만5000원에 장을 마쳐 단 이틀 만에 100만원선이 무너졌다. 26일 장중 신고가(153만9000원)에 비하면 35%를 웃도는 하락률이다.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에코프로비엠도 전일 17.25% 하락한 37만6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두 종목의 시가총액은 전일 하루에만 14조원이 증발했다.

    2차전지 소재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포스코그룹주도 극한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전일 포스코퓨처엠은 13.21% 떨어진 48만6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POSCO홀딩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도 각각 5.71%, 21.74% 내렸다. 포스코DX(-19.86%), 포스코엠텍(-16.35%), 포스코스틸리온(-17.38%) 등도 급락했다.

    2차전지로의 투자 쏠림 현상이 극대화되면서 이들 종목의 변동성이 국내 증시 변동성으로 직결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경우 2차전지 관련 종목에 거래대금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전체 시장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실제 2차전지의 강세 속 거래대금 비중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의 거래대금 비중 정점은 지난해 1월, 올해 4월에 30% 수준에서 형성됐지만, 이달 들어선 50%에 육박(47.6%)한 것으로 집계됐다.
  • ▲ ⓒ교보증권
    ▲ ⓒ교보증권
    시가총액에 비중도 확대됐다. 2차전지의 시가총액 비중은 6개월 만에 코스닥 내 6%에서 21%로, 코스피 내 14%에서 18% 수준으로 급등했다. 지난 25일 기준 2차전지 테마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산은 472조원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418조원)을 뛰어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6일의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3종목에만 총 거래대금의 45%가 쏠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POSCO홀딩스, 포스코퓨처스, 포스코인터네셔널 등 3종목에 전체 거래대금의 38%가 집중됐다.

    최근 신용잔고가 늘었던 점을 고려하면 반대매매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융자잔고는 최근 두 달간 19조원대를 유지하다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 25일 20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잔고가 20조원을 돌파한 건 지난 4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른바 '빚투' 자금 대부분은 2차전지 관련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포스코그룹주 6종목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5월부터 일제히 급증하며 1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2차전지 종목 움직임에 휘둘리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무엇보다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열풍이 불며 쏠림 현상이 극대화된 점을 지적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쏠림 현상에 가상화폐 시장이 부럽지 않은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주가 변동성을 야기하고 있는 2차전지 기업들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불과 6개월 만에 코스닥 내 시가총액 비중이 6% 수준에서 21%로 급등한 것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라며 "유례없는 쏠림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급등과 급락하는 주가를 따라 7월 한 달간 달려온 투자자들이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이례적인 쏠림이 진행되고 있는 테마에 타이밍을 맞추기란 불가능하다. 지금은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이 맞다"라며 "최근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실적 전망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실적 기대치의 변화는 없는데 주가가 먼저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또한 "연초 이후 코스닥 일평균 공매도 진입‧청산 수량과 금액을 살펴보면 7월 들어 공매도 청산뿐 아니라 신규 진입도 늘어나고 있다"라며 "연속되는 숏스퀴즈(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고밸류 부담에 따른 공매도 신규 진입으로 증시 변동성은 당분간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8월 주식시장도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단기 수급을 따라가기보단 차분히 산업과 기업들의 펀더멘탈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타이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