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약골 된 경제체력질적 성장 없이 자산시장 곳곳 투기 장세…유럽·일본病 징후 확산2분기 0.6% 성장… 수출부진 속 수입 더 줄어든 '착시효과'IMF, 올 한국 성장률 1.4% 전망… 선진국 중 韓·獨만 내려'뇌관' 가계부채 GDP 대비 105%… 부동산·증시는 투기 열풍체질 안 바꾸면 장기불황… 더 강력한 구조개혁 드라이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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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불황형 성장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자칫 '버블경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출 부진과 투자 위축에 노동시장마저 화약고인 상황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한국은행은 지난 25일 올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0.6%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2분기 성장률이 수출이 늘어나며 플러스 성장을 보인 것이 아니라 에너지 분야 등 수입액이 더 많이 줄면서 지표상 수치가 성장했다는 데 있다. 일종의 착시효과인 셈이다.우리 경제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1.3%, 2분기에 -3.0%를 기록하며 역성장했다가 같은 해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는 9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0.3%) 수출이 급감하며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올 1분기(0.3%) 반도체 수출 급감에도 민간 소비에 기대어 힘겹게 반등한 상태였다.수치만 놓고 보면 올 2분기에도 0.6% 상승하면서 성장세를 탄 것처럼 보인다.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한국경제개발연구원(KDI)의 진단처럼 바닥론에 힘이 실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좀 다르다.올 1분기 성장을 받쳐주던 민간소비는 2분기 들어 -0.1%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방역이 해제되며 외식이나 쇼핑, 관광 등 대면 소비가 많이 늘어났지만, 5월 연휴 기간 내린 비 등으로 소비에 제약이 따르면서 민간소비가 줄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이런 와중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5차례 연속으로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지난 4월(2.8%)보다 0.2%포인트(p) 올린 3.0%로 내다봤다. 선진국 그룹 중 전망치가 내려간 국가는 우리나라와 독일(-0.2%p) 뿐이다.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5%에서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6%에서 1.5%로, 우리 정부도 1.6%에서 1.4%로 각각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는 등 하반기 경제전망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에 기댔던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 데다, 반도체 수요 회복도 아직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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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 경제의 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있다.한은이 지난 24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보고서를 보면 2020~2022년 가계의 초과저축액은 101조~129조 원쯤이다. 쌓아둔 자산이 소비로 이어진다거나, 가계 대출을 상환하는 데 쓰이지 않는다는 얘기다.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다. 주요 43개국과 비교했을 때 스위스(128.3%),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가계에서는 초과저축을 예금이나 주식 등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으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7~2019년 가계의 금융자산은 591조 원이었지만, 2020~2022년에는 1006조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가계에서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가계 자산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으로 옮겨가게 되면 자산시장 성장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끄는 '버블경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우리 경제가 알맹이는 없고 거품만 있어 언제 꺼질지 모르는, 허약 체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최근 '집값 바닥론'에 더해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철강 주식 등이 급등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코스닥시장의 이차전지 주도주로 알려진 에코프로는 전날 132만1000원에 이어 26일 153만900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 122만8000원에 마감했다.지난 4월 말 주가조작 사태 이후로 주춤하던 '빚투(빚내서 투자)'가 이차전지 광풍으로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고점을 찍자마자 급락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1일 기준 코스닥 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44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부동산 시장도 달아오를 조짐이다. 서울 주택가격은 지난 5월 넷째 주 이후 9주 연속 상승세를 보인다. 주택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792건으로 집계됐는데, 아직 신고 기간이 남아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지역에선 과열 조짐도 보인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200.93㎡ 펜트하우스(35층) 입주권은 100억 원에 거래됐다. 또 다른 반포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아크로 리버파크'도 펜트하우스 호가가 100억 원을 넘어섰다. 분양가도 고공행진을 하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 청담동 엘루이 호텔 부지에 세워진 더 펜트하우스 청담, 일명 'PH129'라고 부르는 이 아파트는 유명한 수학강사가 250억 원에 분양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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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도 여전히 불안하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를 기록했지만, 근원물가는 3.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설상가상 최근 집중호우로 말미암아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는 데다 추가적인 공공요금 인상마저 예정돼 있는 실정이다.그렇다고 정부의 재정, 통화정책 카드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민간부문 성장이 부진할 때 정부 재정이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지만, 재정을 풀고 싶어도 '돈줄'이 말랐다. 올 1~5월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37조 원 감소한 상태다. 무엇보다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경제전문가들은 당장 급한 것은 경기부양보다는 물가 안정화라고 조언한다.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이 총재는 특히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중국 특수에 너무 익숙해 있다. 이제는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큰 변화 없이 중국을 업어 타고 이익을 얻던 시절이 끝나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시장을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시장과 합쳐 키우는 '제4의 이코노미 블록'을 제안했다.일각에서는 신성장 산업 동력 확보 등 경제체질 개선이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지 않고 고령화 사회를 맞는다면, 우리 사회는 일명 '영국병'이라 불리우는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병은 다른 말로 복지병이라고도 하는데, 1960~1970년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고복지, 고비용, 저효율의 경기침체로 불황을 겪었다. 이를 치유한 인물이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가렛 대처 전 총리다. 대처 총리는 재정지출 삭감, 긴축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고, 노조에는 법치주의를 적용해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교육·연금·노동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설령 거품이 빠져도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해놓아야 우리 경제가 충격을 덜 받고 빠른 회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광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현재 영국병, 화란병(네덜란드병), 독일병 등 선진국병에 더해 일본병까지 더해졌다. 모두 좌파정권이 반시장적인 정책을 펼치며 걸린 병"이라며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해야만 이 병들을 고칠 수 있는데, 그것이 잘 안 보인다. 다음 분기에 경제성장이 어떻다는 것만 신경 쓰면 경제정책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짜서 노·사·정을 다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