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737-800 및 B737-8 SIM 2대 자체 보유…LCC 유일운항승무원 자격 유지 위해 연 4회 SIM 훈련 필수안전운항을 최우선으로…모든 악조건 가정해 훈련
  • ▲ 4일 오전 김포공항 화물청사에 위치한 제주항공 훈련센터에서 허원철 기장이 SIM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4일 오전 김포공항 화물청사에 위치한 제주항공 훈련센터에서 허원철 기장이 SIM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500피트 상공에서 버드 스트라이크를 재현하겠습니다.”

    김포공항을 막 이륙한 항공기가 500피트(150m) 상공에 도달한 순간 새떼가 비행기와 순식간에 충돌했다. 일명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발생한 것. 충돌과 함께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고 새가 우측 엔진에 빨려 들어가며 이상 신호가 울렸다. 운항승무원은 침착하게 우측 엔진을 끄고 회항을 결정했다.

    지난 4일 오전 김포공항 화물청사에 위치한 제주항공 훈련센터에서는 모의비행훈련장치인 시뮬레이터(SIM)을 통한 비상상황 대응훈련이 진행됐다. B737-8 내부를 그대로 구현한 SIM 훈련에는 허원철 기장과 지예훈 부기장이 참여했고, 강대홍 기장이 SIM교관으로서 비행 중 발생 가능한 돌발상황을 부여했다.
  • ▲ 허원철 기장(왼쪽)과 지예훈 부기장(오른쪽)이 저시정 상황에서 계기착륙시설(ILS)을 이용해 항공기의 고도, 속도, 이동 방향 등을 제어하며 공항 활주로에 접근하자 유도등이 보이고 있다. ⓒ서성진 기자
    ▲ 허원철 기장(왼쪽)과 지예훈 부기장(오른쪽)이 저시정 상황에서 계기착륙시설(ILS)을 이용해 항공기의 고도, 속도, 이동 방향 등을 제어하며 공항 활주로에 접근하자 유도등이 보이고 있다. ⓒ서성진 기자
    버드 스트라이크에 우측 엔진이 큰 데미지를 입고 추력을 잃었으나, 정상 추력을 유지 중인 좌측 엔진만으로도 회항은 가능한 상황이었다. 김포공항에 다시 착륙을 시도하려던 때 저시정 상태가 재현됐다. 저시정은 짧은 가시거리로 인해 항공기 이착륙에 장애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시정을 말한다.

    짙은 안개로 인한 저시정 상황에서 운항승무원은 오토랜딩(Auto Landing)의 계기착륙시설(Instrument Landing System)을 이용해 항공기의 고도, 속도, 이동 방향 등을 제어하며 공항 활주로에 접근했다. 활주로의 유도등은 착륙 직전에서야 시야에 들어왔고, 이내 기체는 안전하게 착륙했다.

    안개나 해무, 황사, 우천 등에 따른 저시정 상황에서 착륙을 위해서는 운항승무원도 자격을 갖춰야 한다. CAT(Category)-II/III 자격으로, 이는 1년에 한 번 훈련과 평가를 통해 갱신해야 한다. 만약 CATIII의 저시정 상황에서는 CATII 자격으로는 착륙이 불가능, 회항해야 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2019년 2월 B737-800 SIM 1대 도입 이후 지난해 4월 B737-8 SIM 1대를 추가 도입해 총 두 대의 SIM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중에선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제주항공은 운항승무원의 경력에 상관없이 운항자격 유지를 위해 매년 4회 이상 SIM 훈련을 필수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 ▲ 버드 스트라이크로 불이 붙은 엔진의 소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허원철 기장(왼쪽)과 지예훈 부기장(오른쪽)이 비상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버드 스트라이크로 불이 붙은 엔진의 소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허원철 기장(왼쪽)과 지예훈 부기장(오른쪽)이 비상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날 훈련에서는 엔진 화재로 승객의 비상탈출이 필요한 상황도 시현됐다. 보통은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에 불이 붙으면 기장착된 소화기로 불을 끄고 정상 엔진으로 운항을 하지만, 불이 꺼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훈련이다.

    강대홍 SIM교관은 “버드 스트라이크로 화재가 발생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만일에 대비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훈련하고 있다”며 “착륙 이후 승객을 긴급대피시키는 것은 운항승무원과 객실승무원의 호흡이 중요하므로 1년에 한 번은 필수로 함께 훈련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현재 총 3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B737-800 기재다. 올 하반기에는 중단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두 대의 B737-8를 도입할 예정이다. B737-8은 B737-800 대비 최대 운항거리가 약 1000㎞ 길면서도 연료 효율이 15% 정도 높다. 그러면서도 B737-800과 조작 방식과 시스템이 비슷해 효율적인 운항과 정비 운용이 가능하다.

    제주항공은 자체 SIM을 확보해 필수 훈련 외에도 추가 훈련을 시행하며 운항승무원의 기량 및 안전운항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조종사 채용 시 지원자의 기량 평가도 자체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보유 중이다. SIM 훈련 이후에는 녹화영상과 함께 디브리핑(Debriefing)을 통해 정보와 의견도 교환하고 있다.
  • ▲ 제주항공의 SIM 훈련은 운항승무원을 대상으로 연 4회 필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종석에 기장, 부기장이 탑승하고 뒤쪽에서 SIM교관이 돌발상황을 부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서성진 기자
    ▲ 제주항공의 SIM 훈련은 운항승무원을 대상으로 연 4회 필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종석에 기장, 부기장이 탑승하고 뒤쪽에서 SIM교관이 돌발상황을 부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서성진 기자
    강대홍 SIM교관은 “운항승무원의 비상상황 대응능력 향상과 안전 제고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SIM을 보유하게 됐다”며 “SIM이 없었다면 빌려서 진행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드는데, 현재는 충분한 훈련을 진행하면서 비용 측면에서도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항공 운항승무원은 SIM 훈련을 통한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능력 향상 등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SIM이 실제 조종실 내부와 전 세계 공항 활주로를 100%에 가깝게 구현하고 있고, 기체에서 느끼는 작고 큰 충격까지도 모션 효과로 실현해 훈련 만족도가 높다.

    허원철 제주항공 기장은 “SIM 훈련은 운항자격(면장) 유지에 꼭 필요한 요소로, 훈련 시 모든 운항승무원이 긴장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며 “저희는 모든 악조건의 기상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훈련 중으로, 안전운항을 최고의 목표로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SIM 훈련 외에도 인적요인 훈련인 승무원 자원관리(CRM, Crew Resource Management) 훈련도 실시 중이다. 기장과 부기장의 운항 중 개인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 적절하게 의사소통하는 훈련이다. 아울러 협업이 필요한 객실승무원 정비, 운항관리 담당자의 합동 CRM(Joint CRM)을 연 1회 필수로 실시해 안전운항을 도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