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율 95%→10월 창립총회→조합설립 신청 트리플역세권이지만…금호역 30~35분 거리둘레길 따라 남산공원 연결…마을버스 없어 공인 "주거용은 매력적, 투자목적은 글쎄"
  • ▲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입구. 사진=정영록 기자
    ▲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입구. 사진=정영록 기자
    리모델링시장 '대장주'로 꼽히는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이 주민동의율 95%를 넘어서며 조합설립을 목전에 뒀다. 사업추진에 한발 더 가까워지자 매수문의와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달라진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다만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으로 도시정비사업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져 개발호재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세도 전용 59㎡ 기준 9억원대로 직전최고가보다 2억~3억원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8일 직접 찾은 남산타운은 5150가구(임대 2034가구)가 언덕위에 진을 치고 있어 하나의 거대한 '성'을 연상케 했다.

    '알짜사업지'라는 명성답게 단지입구부터 남달랐다. 단지와 가장 가까운 6호선 버티고개역 3번출구로 나오자 바로 단지입구 상가가 보였다. 성인이 걷는 속도로 2분거리다.

    인접한 또다른 역인 3·6호선 약수역은 단지정문까지 도보 10분이 소요됐다. 다만 3호선 금호역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데는 30~35분가량 걸려 '트리플역세권'이라는 말은 자칫 과장광고로 비춰질 여지가 다분했다. 

    남산타운의 가장 큰 입지적 특징은 '언덕'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은 축구가 취미인 기자에게도 벅찬 수준이었다. 35도 불볕더위 속에서 단지를 걷자 이마와 등이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다.

    단지가 크고 언덕임에도 마을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아 어린이나 고령 입주민에겐 다소 불편해 보였다. 실제 옆에서 함께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던 고령입주민 2명은 "아이고, 아이고" 하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 ▲ 남산타운 단지내에 있는 쌈지공원. 사진=정영록 기자
    ▲ 남산타운 단지내에 있는 쌈지공원. 사진=정영록 기자
    자연친화적 단지설계도 눈에 띄었다. 단지곳곳에 가로수가 심어져 햇볕을 피하기 좋았고 22동 앞에 있는 쌈지공원은 아파트 뒤편 매봉산공원으로 연결돼 '숲세권아파트'라고 부를 만했다.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남산공원까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아파트 인근에 대형마트가 없고 학군이 다소 약한부분은 단점으로 꼽힌다. 남산타운 전체동은 인근 동호초교로 배정되며 실제 통학시간은 20분 남짓이 소요된다. 또 도보 20~25분거리에 장충·장원중이 있고 고교로는 도보 7분거리 서울방송고가 유일하다.

    현장에서 만난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남산타운에 대해 서울 도심입지와 편리한 교통, 숲세권을 갖춰 주거용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투자목적으로는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리모델링 경우 개발호재 파급력이 예상보다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지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남산타운은 리모델링 정비사업이 진행중이지만 워낙 가구수도 많고 임대물량도 많아 집값 상승을 노리고 들어오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조합설립도 아직 안 됐고 사실 첫걸음마 단계라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15년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고층에서 한강이 보인다는 소문에 대해선 "5층이상부터 한강이 보일 수 있는 곳은 지극히 적고 보인다 해도 한강조망권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오히려 옥수동이나 응봉동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오히려 정비사업 진행속도가 빠른 주변단지를 추천했다.

    그는 "개발호재를 찾는다면 차라리 '옥수 극동아파트'를 권할 만 하다"며 "쌍용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고 건축심의가 코앞에 있는 상태라 사업이 40%정도 진행됐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한남하이츠 △금호벽산 △옥수극동 등 3곳을 꼽으면서 "향후 10년안에 정비사업이 이뤄질 곳을 찾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설립이 가시화된 이후 매수문의는 늘었지만 가격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 전언이다.
  • ▲ 단지 곳곳에 나무가 즐비한 남산타운 전경. 사진=정영록 기자
    ▲ 단지 곳곳에 나무가 즐비한 남산타운 전경. 사진=정영록 기자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남산타운 매매량은 지난한해 18건에 그쳤지만 올 들어 7월까지 48건이 거래됐다. 하지만 매매가격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8월 기준 남산타운 전용 59㎡ 매매가는 9억원대중반, 국민면적으로 불리는 전용 84㎡는 11억~12억원대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는 개발호재로 집값이 반등했던 2019~2021년보다 2억~3억원정도 하락한 가격이다.

    면적을 불문하고 층별가격차는 크지 않다. 1주일 간격을 두고 6월 전용 84㎡ 7층매물이 12억원대에 거래됐지만 16층은 11억원대에 손바뀜됐다.

    전용 114㎡ 경우 지난달 16층이 14억원에 거래됐지만 9층은 17억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통상 고층으로 올라갈 수록 가격이 뛰는 '고층 프리미엄'은 작용하지 않은 모습이다.

    옥수동 B공인 관계자는 "남산타운 리모델링 정비사업은 이미 몇년전부터 나왔던 개발호재라 지금 가격이 더 오르거나 하진 않았다"며 "부동산경기가 전체적으로 악화하다 보니 집값은 오히려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매물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층별가격차도 크지 않다"고 했다.

    2002년 5월 준공된 남산타운은 42개동·5150가구 대단지로 리모델링을 통해 467가구를 증축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남산타운은 2018년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에 선정됐지만 사업진행이 4년동안 지지부진했다. 공공기여를 두고 입주민 의견이 엇갈린 탓이다.

    서울형 리모델링은 시 지원을 받아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대신 단지내 커뮤니티시설 일부를 지역사회에 개방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도시재생사업의 한 종류다.

    시가 내건 지역공유시설·담장 허물기 등 조건에 동의하지 못한 일부 입주민들은 기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와 별도 추진위를 설립했다. 한 단지내 두 추진위가 만들어진 것이다.
  • ▲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남산타운 리모델링 통합추진위원회 사무실 입구. 사진=정영록 기자
    ▲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남산타운 리모델링 통합추진위원회 사무실 입구. 사진=정영록 기자
    두 추진위가 조합설립에 필요한 주민동의서를 각각 징구하면서 사업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중 올 1월 두 추진위가 극적으로 통합을 타진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현재 통합추진위는 주민동의율 95%를 돌파하면서 조합설립 인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임대를 제외한 3116가구중 약 2960가구가 동의한 셈이다.

    통합추진위는 향후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중구청에 조합설립인가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창립총회는 10월중으로 예정하고 있다"며 "총회가 끝나는 대로 중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는 5000가구가 넘는 규모와 서울도심이라는 입지적 장점으로 인해 남산타운을 '알짜사업지'로 보고 있다.

    단지내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쌍용건설 7개 건설사 홍보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추진위 관계자는 "최근 '철근누락'이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으로 시장전반이 뒤숭숭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시공사 선정시기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홍보현수막을 내걸었을 뿐 수주전 참여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다"며 "리모델링 경우 일반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낮고 안전진단 등 변수도 많아 장기플랜이 중요한데 그러기엔 시장환경이 따라주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