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모듈 아래, 대파·배추·포도 등 수확량 유지친환경 에너지 발전, 연간 3000만원 추가 수익 확보 가능농촌 인구·소득 감소 속 '최적의 솔루션' 대안으로 떠올라
  • ▲ 영남대학교 내 영농형 태양광으로 키운 배추와 대파.ⓒ변상이 기자
    ▲ 영남대학교 내 영농형 태양광으로 키운 배추와 대파.ⓒ변상이 기자
    농지에서 농작물과 친환경 전력을 동시에 생산하는 이른바 '영농형 태양광'이 농촌의 미래형 작물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국내에선 시범 사업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의 발전은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 13일 영남대학교 내 위치한 영농형 태양광 실증 단지를 직접 방문해봤다.

    영남대학교 영농형 태양광 실증 단지는 한국동서발전이 2019년 실증 과제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며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에서는 총 100kW(킬로와트)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설비가 갖춰졌다. 구역 별로 일반 모듈·수직형 모듈 ·협소형 모듈 등을 설치해 운영 중이며 하부 농지에서 대파와 벼를 재배하는 형식이다.

    실증 단지에 가까워지자 빽빽하게 설치된 태양광 모듈들이 눈에 띄었다. 언뜻 보기에 다 같은 모델로 보이지만 작물에 따라 모듈의 종류와 크기, 높이 모두 달랐다. 500평 이상 규모의 넓은 부지에서는 태양광 모듈 아래 밀·벼·배추·대파 등 다양한 작물들이 재배되고 있었다.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된 모듈을 제작해 국내 시범단지 등에 공급하고 있다. 앞서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 모듈 신제품을 출시해 실증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울산광역시 울주군 실증 단지, 남해군 관당마을 실증 단지 등 국내 다양한 실증 단지 등에 영농형 태양광 모듈을 공급 중이다.

    이곳에서 한화큐셀이 함께 연구하고 있는 단지 규모는 300평 정도다. 단지를 둘러보면 태양광 모듈 여부에 따라 작물들의 차이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연 태양광을 그대로 쬐인 작물 주변에는 태양광 모듈 아래서 자란 작물 대비 잡초가 확연히 많았다. 모듈 아래서 자란 작물들이 일조량과 빗물 등 자연 100%의 영향을 받은 작물들 보다 깔끔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으로 키운 대파를 직접 뽑아보고, '파절이'를 시식해보는 등 이색 경험을 체험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재배된 대파의 맛과 비교해보기 위한 것으로 시식자들 사이에서는 '맛있다'는 평이 쏟아져 나왔다. 
  • ▲ 영남대학교 내 영농형 태양광으로 자라나고 있는 벼.ⓒ 변상이 기자
    ▲ 영남대학교 내 영농형 태양광으로 자라나고 있는 벼.ⓒ 변상이 기자
    일각에서 제기하는 중금속 검출 등 환경 문제 유발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영농형 태양광의 환경안정성과 농경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연구를 통해 입증된 것. 한국남동발전과 국립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실증 사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 토양에서 카드뮴과 수은 등 중금속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다른 토양 물질들도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은 비교 부지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찰됐다. 작물 수확량도 기존 농지와 비교해 최소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작물의 경우, 영농형 태양광 모듈이 태양 빛과 복사열로 인한 식물의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생육을 돕는 효과도 관찰됐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지에서 농작을 멈추고 발전만 진행하는 일반 농촌 태양광과 달리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 생육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여분의 빛을 사용해 전력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다. 모듈의 크기와 배치, 각도 등을 조절해 작물 재배에 적합한 일조량을 공급하고 남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그중 이곳 실증 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은 지난해에만 총 130MWh(메가와트아워)로 현재 실증 단지와 영남대학교 운영에 쓰이고 있다. 이는 국내 가정용 기준으로 연간 14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판매한다면 연간 약 3000만원의 매전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영농형 태양광의 또 다른 장점은 생존위기에 처한 농촌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으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수익을 계산한 결과 100kW 규모의 발전소를 기준으로 연간 787만~1322만원의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 이는 같은 면적의 농지(약 700평)에서 벼 농사를 지을 경우 기대되는 연간 농경 소득인 약 240만원의 3~5배 이상이다.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유재열 전무는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책"이라며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적합한 모듈을 제작·공급해 시장 활성화를 이끌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과 기후위기 대응에도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