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5.50% 유지, 연말 금리 중간값 5.6%… 한 차례 더 베이비스텝 예상파월 의장 "적절하다면 금리 추가 인상… 긴축 누적효과 고려할 것"내년 금리 예상치 4.6%→5.1%로 상향… 인하 폭 0.5%p 그쳐, 속도 느릴 듯물가상승률 3.3%·성장률 2.1% 전망… "고유가 지속 모니터링할 것"
  • ▲ 미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연합뉴스
    ▲ 미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0일(현지시각)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미 간 금리 격차는 2.0%포인트(p)를 유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필요하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그동안의 긴축 누적 효과가 경제활동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물가관리 목표에 부응하는 긴축통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견해여서 연내 조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현 5.25~5.50% 범위에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FOMC 정례회의 이후 2회 연속 동결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10회 연속으로 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뒤 6월에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직전 FOMC 정례회의가 열린 7월에 베이비스텝(0.25%포인트(p) 기준금리 인상)을 밟았다. 현 금리 수준은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다.

    역대 최대로 벌어진 한미 간 금리 차이는 2.0%p(상단 기준)를 유지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지표상 경제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어 왔다. 일자리 창출은 최근 몇 달간 둔화했지만, 여전히 탄탄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대부분 경제전문가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요인을 고려할 때 연내 최소 한 번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국제유가는 올해 안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를 5.6%(이하 중간값)로 내다봤다. 지난 6월 FOMC 회의 후 앞으로 금리 전방을 반영한 점도표에서 제시했던 예상치와 같다. 다만 앞선 3월 전망치(5.1%)에서 석 달 만에 0.50%p 늘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는 5.1%(6월 전망치 4.6%), 2025년 말 3.9%(6월 전망치 3.4%), 2026년 말 2.9%(6월 전망치 없음)로 각각 예상했다. 2027년 이후는 장기적으로 2.5%를 예상했다. 이는 시장의 전망대로 연내 한차례 베이비스텝을 추가로 밟은 뒤 내년에 금리를 0.5%p 내릴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6월 전망치와 비교했을 때 내년 금리 인하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빨라도 내년 하반기로 미뤄지고 인하 횟수도 베이비스텝 기준으로 2차례쯤에 그칠 거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연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3%로 전망했다. 지난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간 경제전망에서 미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을 3.8%로 내다봤다. 기존 6월 전망치(3.9%)보다 0.1%p 내렸다. 내년 물가 전망치는 2.6%로 유지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가 2.1% 성장할 거로 예상했다. OECD의 성장률 전망치는 2.2%로, 지난 6월(1.6%)보다 0.6%p 상향 조정됐다.
  • ▲ 9월 FOMC 결과 설명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연합뉴스
    ▲ 9월 FOMC 결과 설명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연합뉴스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동결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정책 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는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그 과정에서 긴축 정책의 누적적인 효과를 고려하겠다"며 "(긴축)통화정책이 경제활동과 물가, 경제·금융 환경에 시차를 두고 미치는 영향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파월 의장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연준 물가관리 목표치의 상향 조정 필요성에 대해 기존의 2%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했다.

    연준은 당분간은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린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각에서 기대하는 조기 피벗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기존 시장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상반기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률을 보였고 중국이 최근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경제 지표의 상승세를 공고히 하겠다며 더 많은 경기부양책 추진 의사를 밝힌 만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커졌다는 의견도 없잖다.

    변수는 최근의 고유가 흐름이다. 파월 의장은 국제유가 상승세와 관련해 "얼마나 (고유가가) 오래 유지될지가 중요하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크기 때문에 우리는 근원물가를 중시한다"며 "그럼에도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계속 오르면 소비자지출,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주므로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