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토건 공사비 산출 오류로 입찰 무효 위기…26일 대의원회한화 건설부문 지침 위반 수면 위…대안설계 미제출 등 지목한화 측 "근거없는 주장"…소송 등 법적분쟁시 사업 지연 우려
  • ▲ 남성아파트 단지 외벽에 붙은 한화 건설부문과 중흥토건 현수막. 사진=박정환 기자
    ▲ 남성아파트 단지 외벽에 붙은 한화 건설부문과 중흥토건 현수막. 사진=박정환 기자
    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공사비 산출 오류로 입찰 무효 위기에 몰린 중흥토건이 경쟁사인 ㈜한화 건설부문의 입찰지침 위반사항을 지적하고 나서며 양사간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입찰 논란이 소송전으로 이어지면 앞서 한남3구역이나 고척4구역 재개발 사례처럼 시공사 재입찰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남성아파트 재건축사업 조합은 중흥토건의 입찰 무효 및 한화 건설부문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논란은 중흥토건이 조합에 제시한 입찰참여견적서와 입찰참여내역서상 공사금액에 오류가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직원 실수로 견적서와 내역서 상 총공사비에 1302만원 차액이 발생한 것이다.

    조합은 이 같은 공사비 오기재가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26일 대의원회를 개최해 중흥토건의 입찰 무효 건을 상정 및 의결할 계획이다.

    중흥토건은 즉각 반발했다. 조합이 한화 건설부문의 지침 위반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중흥토건의 입찰 무효만 추진하고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중흥토건이 지목한 한화 건설부문의 지침 위반사항은 △공사비 산정 기준일 명시 △대안설계 미제출 △허위광고 등이다.

    중흥토건에 따르면 조합은 입찰지침서에 공사비 산정기준일을 적시하지 않도록 했다. 이는 사업제안서 제출 이후 계약 시점까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한화 건설부문은 올해 9월을 기준으로 명시해 지침을 어겼다.

    또한 입찰자는 경미한 수준의 설계변경 범위 내에서 사업제안서를 작성하고 조합 원안과 차이가 있을 경우 대안설계 도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한화 건설부문은 별도의 대안설계를 제출하지 않았고 제안서에 중대한 설계변경이 필요한 설계안을 담았다.

    홍보 금지 기간에 조합원과 개별 접촉하는 등 홍보지침을 위반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단위 가구 4베이 설계, 층간소음 특화 등 내용을 홍보해놓고 제안서에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허위사실 및 과장 광고에 따른 지침 위반사항으로 지목됐다.

    중흥토건 관계자는 "상대사의 중대한 입찰지침 위반엔 침묵하고 우리의 입찰자격 박탈만 강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금이라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입찰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 영등포구청이 조합에 발송한 공문. ⓒ조합원 제공
    ▲ 영등포구청이 조합에 발송한 공문. ⓒ조합원 제공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화 건설부문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상대사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향후 조합의 진행 상황에 따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합의 입찰 무효 추진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에 따르면 6개 미만 입찰자가 사업에 참여할 경우 조합은 총회를 통해 조합원 전체 의사결정을 따라야 한다"며 "즉 총회가 아닌 대의원회를 통해 시공사 입찰을 무효화하는 것은 추후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담당 지방자치단체도 진화에 나섰다.

    영등포구청은 최근 조합에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자 2인을 모두 총회에 부쳐 조합원 모두가 시공사 선정을 의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도정법,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등 관계 규정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입찰 무효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자체 개입이나 법원 판결에 따라 시공사 재입찰 수순을 밟으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조합원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직접 개입한 '한남3 재개발'이나, 법원 판결로 시공사선정 임시총회가 무효화된 '고척4 재개발' 사례처럼 시공사 재입찰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있다"며 "중흥토건의 입찰 무효가 강행되든, 시공사 입찰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든 '판'이 엎어지면 결국 조합원만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아파트 재건축은 영등포구 문래동2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8층, 공동주택 488가구 및 부대 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5번의 유찰 끝에 한화 건설부문과 중흥토건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