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 제한, '요소수 대란' 현실화주유소 곳곳에 '품절'… '사재기' 현상도유가 70달러 선 붕괴, 4분기 수익성 악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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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업계가 유가 하락에 연말 실적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전국적으로 요소수 파동까지 겹치며 어수선한 분위기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요소수 대란이 현실화된 상황은 아니지만 추후 물량이 부족할 경우 탱크로리 운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관세청 격인 중국 해관총서는 최근 중국 현지 기업들이 한국으로 보내는 요소 통관을 막았다. 수출 심사를 마친 뒤 선적 단계에서 통관이 보류된 것이다.

    한국의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90% 이상인 가운데 수급길이 막히면서 요소수 사재기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취재 결과 요소수를 판매하는 주유소들은 1일 판매량 제한을 두는 등 재고 관리에 신경쓰고 있었다. 오피넷에 따르면 요소수를 판매하는 3426개 주유소 중 128개의 주유소에서는 요소수가 매진된 상태다.

    정유업계도 마냥 안심할 수만는 없는 상황이다. 요소수 수급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름을 공급하는 탱크로리 운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년 전 요소수 부족으로 탱크로리 운행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요소는 디젤 차량 배출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 데 쓰이는데 요소로 생산하는 요소수는 탱크로리와 같은 화물차 배출가스저감장치(SCR)에 들어간다. 2015년 1월부터 판매된 디젤차에는 요소수가 들어가는 SCR이 의무적으로 설치되면서 화물차들은 운행 시 요소수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들은 내년 1분기까지 비축분이 마련됐다고 입을 모으지만 중국 외 공급망을 확보하지 않으면 언제 또 국내 요소 생산에 차질을 빚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아직까지 앞서 일어난 요소수 대란까지의 상황은 아니지만 요소수 대란이 발생하면 화물차·탱크로리 등이 거치는 주유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유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정유업계의 골치는 더 아프게 됐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었다. 지난 9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일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되면서 유가가 뛸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흐름은 반대로 이어졌다. 미국의 산유량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가운데 중국의 원유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지난 주 기준 69.34달러를 기록하는 등 70달러선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하루 만에 5%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앞서 3분기 16.9달러까지 치솟았던 복합 정제마진도 지난달 셋째 주 기준 5.8달러로 내려앉으며 손익분기점인 4~5달러 수준에 근접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액도 자연스레 늘어날 전망이다. 재고평가손실은 정유사의 원유 구입시기와 정제 후 제품 판매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유가상승 시기에 사들였던 원유가 이송되는 동안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를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연일 유가가 빠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손실도 예고됐다. 정유업체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동반 하락했기 때문.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과 수송비·운영비 등을 뺀 가격으로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가격이 따라 상승하면서 정제마진은 커지는 구조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정제마진도 줄어들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재고손실규모를 단순 추정하긴 어렵지만 유가가 하락했던 만큼 4분기 실적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요소수 수급으로 인한 물류 대란은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