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상저하고 예상, 중국 리오프닝 기대에 못 미쳐전방산업 악화, 원가부담 상승 등 경영 어려움 가중리더십 교체 국면 전환, 신성장 동력 수익성 추구
  • ▲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공장에서 쇳물이 나오는 모습 ⓒ포스코
    ▲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공장에서 쇳물이 나오는 모습 ⓒ포스코
    철강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방산업 업황이 악화되면서 실적 개선에 한계가 분명했다.

    중국 철강수요 감소와 원재료 가격·전기세 상승 등 공급망과 외부요인으로부터 오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업계는 신성장 동력 찾기에 바쁜 한 해를 보냈다.

    ◆ 빗나간 상저하고 예상, 악재 겹치며 경영부담 가중

    태풍 피해로부터 복구한 철강 업계는 올해 초 업황 전망을 통해 ‘상저하고’를 기대했다. 전방산업 수요 증가로 인한 시황 회복과 원자재 가격 안정세 등 긍정적인 요소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리오프닝을 기대하며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는 3분기에도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58조463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누적 대비 약 10.7% 하락한 수치다. 누적 영업익은 40%가량 하락한 3조2271억원, 순이익은 지난해 4조2975억원의 절반 수준인 2조166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중국 경기부양책은 효과가 없을뿐더러, 선박용 후판은 수입 물량 증가와 가격협상 난항으로 인해 이익이 나지 않고 있다. 조선소들은 납품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후판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철강사들의 후판 생산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4분기 전망도 좋지 않다.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4분기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14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 1조4249억원 대비 19.5% 하락한 수치다.

    원자재 가격과 전기요금 상승은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일 109.6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이달 7일 기준 136.05달러에 거래됐다. 1년 동안 무려 24%가 오른 상황이다.

    올해 전기요금은 세 번에 걸쳐 1kWh당 총 31.7원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전력 비용이 철강제품 원가의 10%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전기료 1원당 평균 비용부담이 100억원가량 늘어나 3000억원 수준 원가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원자재와 전기료 인상이 제품 가격에 적용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건설을 비롯한 전방 업황이 좋지 않고, 최근 철강재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제품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년 가까이 이어져 온 조선업계와 후판 협상은 상반기 톤당 100만원에서 소폭 인하된 가격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 노조 리스크 대두, 리더십 교체 국면 전환

    올해 철강업계는 노조 리스크도 발목을 잡았다. 포스코는 1968년 창립 이후 55년만에 첫 파업 위기를 맞았다.

    5월부터 10월까지 24회에 걸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달성 성과급 200% 신설 ▲조합원 문화행사비 20억원 지원 등 요구안을 고수했다.

    교섭결렬 선언 이후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통과되며 파업 직전까지 갔던 노사는 최종 조정회의를 통해 극적인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의 주요내용에는 ▲기본임금(Base-Up) 10만원 인상(자연상승분 포함 17만원 수준) ▲주식 400만원 지급 ▲일시금 및 상품권 300만원 등이 포함됐다.

    현대제철 노사는 임단협 15차 본교섭을 가졌지만, 합의안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어 협상은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사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 ▲사업목표 달성 성과금 300% ▲생산 장려 격려금 500만원 등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만원 인상과 영업이익 25% 상당의 특별공로금 지급 등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한편, 철강업계는 리더십 교체를 앞두고 있어 국면 전환이 예고됐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19일 이사회 전후로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서강현 현대차 CFO가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수익성 중심 사업구조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신성장 동력 통한 수익성 회복 모색

    업계는 20%가량 가격이 저렴한 수입 철강재와 직접 맞서기보다는, 해외 고부가가치 철강재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철강기업들의 공급망은 에너지용 철강재를 기반으로 바뀌는 추세다. 현대제철은 조선용 후판이 전체 생산량의 55%를 차지했지만, 해상풍력용 철강재 등 공급망을 확보하면서 향후 비중은 10%p 낮춰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친환경 에너지용 강재 브랜드 ‘그린어블’을 통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외에도 태양광, 수소저장용기 등 에너지용 강재 공급을 늘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건설기계용 수요 확보에 나서는 한편, 강관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를 신설하며 강관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동국홀딩스 ▲동국제강 ▲동국씨엠으로 분할됐다. 동국홀딩스는 앞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을 통해 미래 성장기반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