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당국 "연료비조정단가 '+5원' 유지, 전기료는 동결"국제연료비 하락에도 조정단가 그래도… 사실상 요금 인상 지적도政, 내년 총선·한전 적자 고려… 文정부 반면교사로 '최소 인상' 설득해야
  • ▲ 전력량계.ⓒ뉴데일리DB
    ▲ 전력량계.ⓒ뉴데일리DB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을 올 4분기(10~12월)에 이어 동결한다고 21일 밝혔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와 한전은 요금을 결정하는 요인 중 연료비조정단가(요금)에 인하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 등을 고려해 이를 반영하지 않고도 직전 분기 대비 요금을 '동결'했다고 밝혀 말장난 논란이 일고 있다. 요금 인하 요인이 발생해 엄밀히 말하면 사실상 요금을 올렸음에도 이를 동결로 포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21일 내년 1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올해 4분기와 같은 1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전기료는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5원 범위에서 적용되는데, 이미 최대치인 5원이 적용 중이다. 애초 연료비 조정단가는 인상 폭이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 연간으로는 최대 5원까지만 올릴 수 있었다. 산업부와 한전은 지난해 3분기 요금을 올리면서 분기 조정 폭을 연간 조정폭(±5원/kWh) 범위 내에서 올릴 수 있게 제도를 고쳤다.

    문제는 직전 3개월간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요금을 결정하게 돼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에 인하 요인이 발행했다는 점이다. 국제 연료가가 하락하면서 내년 1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마이너스(-) 4원으로 산정됐다.

    하지만 산업부는 한전의 누적 적자와 그동안 연료비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으로 유지했다. 다시 말해 전기료를 구성하는 요인 중 하나에 가격 인하 상황이 발생했지만, 한전 누적 적자를 감안해 이를 무시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한전의 재무상황과 연료비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올해 4분기와 동일하게 계속 적용한다"며 "한전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구 노력을 철저히 이행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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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의 이런 설명은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인하 요인이 생겼는데도 이를 탄력적으로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요금을 인상한 것과 진배없는 상황이 됐는데도 이를 '요금 동결'이라고 밝히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견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금을 올리기도 부담스럽고, 안 올리자니 한전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연료비 조정단가 인하 요인은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직전 분기인 올 4분기 요금과 단순 비교해 '동결'됐다고 홍보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다.

    전력당국은 지난달 4분기 전기요금을 결정하면서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을) 요금만 kWh당 평균 10.6원 올린 바 있다. 주택용,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용 전기요금은 국민 부담을 이유로 동결했다. 이를 두고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해 주택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을 동결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부는 애초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인상해야 한전의 재정난을 타개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올해 1·2분기 요금 인상 폭은 kWh당 21.1원에 불과했다. 3분기 이후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역시 내년 총선이 있다는 견해다.

    한전은 지난 2021년 이후 누적 적자가 47조 원에 달하는 데다 올 상반기 부채는 201조 원 수준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한전이 하루 부담하는 이자비용만 118억 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력당국이 국민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내년 1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 4분기 수준으로 인상을 억제했다고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국제 연료가격 하락 등 연료비 조정단가를 낮출 요인이 발생했는 데도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앞선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지 않고 답습하는 우를 범할뿐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산업부와 한전 관계자는 "(전기료 동결과 관련해선)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연료비 조정단가가 30원 인상된 경우도 있었지만, 5원만을 반영한 적도 있었다. 그동안 미조정된 연료비 조정요금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