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890억 토해내고윤재연 몫 513억 포함홀딩스도 담보 제공"채권단 설득할 수 있을 지 보겠다"
  • ▲ 태영건설 사옥ⓒ태영건설
    ▲ 태영건설 사옥ⓒ태영건설
    워크아웃 자구안을 두고 금융당국과 줄다리기를 벌이던 태영그룹이 한발 물러섰다. 당초 약속한 채무상환을 이행하기로 한 것이다. 추가된 자구안에는 오너 일가의 일부 지분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6대 금융지주와 금융당국 주요 관계자들과 모여 태영에 내놓은 자구안 적정성을 검토한다. 채권단이 요구한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규모와 이행을 강제할 추가조치 등이 거론될 전망이다.

    태영그룹이 재차 내놓은 자구안에는 산은이 중재한 4가지 요건이 모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전액(1549억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이다.

    먼저 매각대금 1549억원 중 지주사인 티와이인더스트리에 지원된 890억원은 태영건설로 다시 지원될 계획이다. 앞서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에 두차례에 걸쳐 659억원을 지원한 뒤 매각대금 전체를 유동성 해결에 썼다고 밝혔다가 채권단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지주사 채무 해결에 자금을 투입하고도 태영건설을 위해 썼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추가 자구안에는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씨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대금 513억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워크아웃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4개 자구안 중 윤재연씨가 대표로 있는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의 경우 태영건설에 직접적인 자금지원이 아닌 지주사 채무 해결에 투입될 여지가 남아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지분담보를 제공하고 기업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은 자금을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사용된다라는 걸 의미한다고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태영측은)말을 바꿔서 블루원 지분을 통한 자금은 티와이홀딩스 채무를 갚는데 사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가지 자구안이 모두 이행된다 하더라도 채권단이 만족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찍힌다. 워크아웃 신청 당시 채권단이 제시한 오너의 사재출연 규모는 3000억원이었는데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채권단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윤세영 창업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지분이 담보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은 그동안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통한 자금공급 요구에 경영권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교통정리는 이날 열리는 금융권 고위 관계자들의 회동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F4 회의' 멤버 외에도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강석훈 산은 회장은 참석한다.

    이들은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 추진이라는 기본 방침을 일관되게 견지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85조원 규모로 운영 중인 시장 안정 대책을 10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과, 유동성 지원 자금인 채권안정펀드 한도를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날 오전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태영그룹 측이 워크아웃 신청 당시 제출한 4가지 자구계획에 대해 이행 약속을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으며 채권단은 이를 기초로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놓고 준비하고 있다"며 "워크아웃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시장 혼란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