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끌지 마라"… 60개 채권단 최후 통첩주말 F4 회동… 마지막 고비박상우 국토장관 "건설시장 충격 최소화 강구"
  • ▲ 지난 3일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관련 채권단 설명회ⓒ자료사진
    ▲ 지난 3일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관련 채권단 설명회ⓒ자료사진
    태영그룹의 기대에 못미치는 워크아웃 자구안과 관련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최후 통첩을 준비하고 있다. 태영과 채권단과의 의견차가 상당히 큰 만큼 간극을 좁히는 방식으로는 사태를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날 주요 채권단을 소집해 의견을 수렴한다. 참석 대상은 600여 채권단 중 500억원 이상 익스포져가 있는 60여곳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11일 예정된 1차 채권단 협의회 이전에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며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영그룹은 전날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을 포함해 1549억원을 태영건설 지원했다고 밝혔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이다. 지주사인 TY홀딩스 지분 1133억원, 윤석민 태영 회장 지분 416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이와 별개로 윤 회장이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에 30억원을 보태고, 윤세영 창업회장도 38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산은의 해석은 다르다. 태영그룹이 말한 1549억원 중 890억원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에 청구된 연대채무를 상환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상 연대보증 채무는 이미 TY홀딩스 채무인데 이를 자구안에 포함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얘기다.

    윤 회장의 지분 매각대금 416억원이 온전히 태영건설에 투입됐는지도 논란이다. 오너 사재로 지주사를 방어하고 회삿돈으로 태영건설을 지원한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당초 400억원만 투입했다가 채권단이 반발하자 이튿날 259억원을 추가 투입한 정황에서 윤 회장 몫의 돈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구안에서 밝힌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등 계열사 매각 계획을 두고서도 태영과 채권단의 의견은 엇갈린다. 태영그룹은 계열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사용한다는 합의를 깨고 TY홀딩스 채무를 갚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주사의 급한 불만 먼저 끄고 태영건설 채무는 채권단의 몫으로 떠넘겼다는 게 산은의 판단이다.

    관건으로 떠오른 SBS 지분 매각은 당장 거론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매각한다고 해서 유동성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다 인수자를 찾는 과정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산은은 앞서 제시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활용과 에코비트와 블루원, 평택싸이로 등 매각 또는 담보 제공을 통한 지원 등 4가지 자구안은 주말 전까지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채권단이 요구하는 윤 회장의 딸 윤재연 씨의 지분 매각대금 513억원도 일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논의된 자구안은 주말 예정된 고위급 협의체인 F4(Finance 4) 안건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자구안이 11일 예정된 채권단 설명회에 가져갈 수준의 진정성이 담겼는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만약 산은이 얘기하는 신뢰의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F4 회의체에 참여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일정을 고려하면 주말을 전후한 시점을 넘게 되면 사실상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많지 않다"며 "11일 이후에도 이 이슈를 끌고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아니다. 어떻게든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워크아웃 실패 이후 법정관리 상황도 준비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경제정책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건설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여러 검토와 대비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