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다른 꼼수 강하게 비판"지주사 이익 챙기고 채권자 권리 침해"워크아웃 기본 원칙·절차 이해 못해
  • ▲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약속한 계열사 매각대금 중 미지급한 890억원을 즉시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태영건설에 지원키로 약속한 대금을 지주사인 TY홀딩스 채무를 갚는데 쓴 것은 워크아웃 기본 원칙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산은은 5일 '태영그룹 보도자료에 관한 채권자 입장문'을 통해 "워크아웃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경영책임 이행과 강도 높은 자구계획 제출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며 "실사를 거쳐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는 데에 소요되는 3~4개월의 기간 동안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대주주가 책임지고 부담해야 채권자는 워크아웃 개시를 동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당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세금 등을 제외한 2062억원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할 것을 수 차례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차녀 윤재연 블루원 대표가 자신의 지분 매각대금 513억원을 내놓는데 강하게 거부했고 이를 제외한 티와이홀딩스(1133억원)와 윤 회장 몫(416억원)을 합한 1549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일인 지난달 28일 1133억원을 태영건설에 대여하는 이사회 결의를 공시했음에도 실제 지원한 규모는 659억원에 그쳤다. 이후 TY홀딩스는 지주사 연대채무에 890억원을 썼고 이를 매각대금 전액을 태영건설을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산은 측은 이에 대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채무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하는 것"이라며 "태영건설을 대신해서 TY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했다는 주장은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태영건설의 금융채무는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모두 상환유예(동결)됐기 때문이다.

    산은은 "TY홀딩스가 당초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자금으로 연대보증채무를 상환하여 리스크를 경감한 것은 지주사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채권자를 포함하여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초 확약한 1549억원이 아닌 659억원만 지원함에 따라 태영건설의 자금 사정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며 "대주주의 책임있는 부족자금 조달 방안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채권자들은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경고했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태영그룹의 태도는 태영건설 정상화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부족자금 조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라며 "아직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은 890억원을 즉시 지원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