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츠, 친환경차 전환 전략 전면 수정… 2만대 매각韓, 장기렌터카 중심·인프라 충분… “큰 영향 없어”롯데·SK “2030 무공해차 전면 전환 차질없이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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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1위 렌터카업체 허츠(Hertz)가 전기차 전환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국내 렌터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6일 CNN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허츠는 최근 보유 중인 2만대의 전기차를 매각하고 해당 금액으로 내연기관 차량을 구매키로 결정했다. 이미 지난달부터 매각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허츠는 지난해 5월 친환경차 도입 흐름에 맞춰 2024년 하반기까지 보유중인 렌터카 50만대 가운데 25%인 12만5000대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기차 보유를 5만대까지 늘린 상황이다.

    매각을 결정한 2만대는 도입한 차량의 40%에 달한다. 불과 8개월 만에 차량 운용계획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전 세계적 추세 속에서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허츠가 전략을 수정한 것은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하고 유지 비용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워 브레이크, 타이어 등 소모품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다. 또한 핵심 부품인 배터리 손상이 크지 않더라도 신품으로 통째로 교환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수리비가 내연기관차보다 20~30% 비싼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따라 보험료 역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 

    허츠도 전기차 판매로 인한 지난해 4분기 감가상각비용이 2억4500만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허츠의 스테판 쉐어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와 관련한 비용 증가가 계속됐다”며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더 어려운 것으로 판명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는 수리비용이 많이 들고, 테슬라 차량 가격 인하로 인해 전기차 가치가 하락했다고도 덧붙였다. 

    내연기관차량으로 역주행에 내선 허츠와는 달리 롯데렌터카와 SK렌터카 등 국내 렌터카업계는 ‘2030 무공해차 전환’을 차질 없이 이행해나간다는 구상이다. 앞서 롯데렌터카와 SK렌터카는 지난 2021년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에 동참하겠다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양사는 2030년까지 보유·임차한 차량을 100% 전기·수소차로 전환해야 한다.

    허츠와 국내 렌터카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고 미국과 한국의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이유로 지목된다. 

    허츠는 1개월 미만의 단기렌터카 비중이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국내 렌터카업계의 경우 매출 내 장기렌터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회사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통상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이 장기렌터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다보니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잘 없고, 장기 관리시 휘발유보다 전기차 충전요금이 저렴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장기렌터카 고객 또한 일반 이용자보다는 법인인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충전 인프라가 갖춰진 곳들이 정부 주도 하에 친환경차를 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불어 한국의 경우 미국 대비 영토가 좁고 전기차 이용고객이 주택이나 회사 등지에 인프라를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친환경차 전환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 전기차 렌터카에 대한 관심은 지속돼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렌터카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계약된 비즈카(법인 장기렌터카) 중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5.2%로 집계됐다. 2019년 비즈카 가운데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8.5%였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친환경차 계약 비중이 16.7%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년 대비 전기차 렌터카에 대한 관심이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와 달리 국내는 친환경차 전환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2030년 무공해차 전면 전환을 위해 점진적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