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플랫폼법 정부안 공개 예정美 상의 "외국 기업 상대 규제 불과"…한미 FTA 위반 우려 국내 플랫폼 업계 '이중 규제', '역차별' 반발 목소리 심화공정위 "국내·외 이해관계자들 의겸 수렴해 제정할 것"
  • ▲ 찰스 프리먼 미국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 ⓒ연합
    ▲ 찰스 프리먼 미국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 ⓒ연합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을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이하 플랫폼법)'에 미국 상공회의소가 제동을 걸면서 자칫 한미 통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법안의 도입을 둘러싸고 업계 안팎에서는 신중론이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3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내달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이하 플랫폼공정법)' 정부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구글, 애플 등 플랫폼 대기업들을 사전 지정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공정위는 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하는 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정하고, 이들을 감시해 독점력 남용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자사 상품·서비스 우대나 끼워팔기 혹은 멀티호밍 금지(자사 플랫폼 이용자에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의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 법안의 핵심 골자다. 

    이는 빅테크 기업을 사전 규제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다. 공정위는 해당 법안을 통해 시장 내 반칙행위에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사전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 획정부터 지배적 지위 판단까지 제재 절차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시장 경쟁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미 상공회의소는 정부의 플랫폼법 입법화에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규제라며 항의 성명을 냈다. 해당 법안이 구글, 애플 등 자국의 빅테크 기업의 경쟁을 저해하고, 정부 간 무역 합의를 위반할 수 있다는 쓴소리를 내놓은 것. 이같은 규제가 미국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겨냥해 중국 기업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찰스 프리먼 아시아 수석부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국의 플랫폼법은)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경쟁을 짓밟고, 좋은 규제 관행을 무시하며, 외국 기업을 임의로 표적으로 삼는다"며 "공정위가 입법 전에 미 재계 등과 사전에 논의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 업계도 플랫폼법 입법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해당 법안이 플랫폼 업체들만 옥죄는 '이중 규제'에다가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을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빅테크의 경우 외국에 본사를 둔 탓에 제재가 어렵고, 통상 문제로 비화될 경우 규제가 힘들 수 있다는 것. 

    스타트업 등 영세 사업자들도 플랫폼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국내 스타트업 대표·창업자·공동창업자 1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8%는 플랫폼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14.1%에 그쳤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플랫폼법이 중소 플랫폼 및 스타트업을 시장지배적 플랫폼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는 공정위의 주장과 실제 업계의 인식은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위는 국내·외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공정위는 두 차례에 걸쳐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원사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충분한 의견 제출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 상의 성명의 취지는 플랫폼법 추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개진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며 "법안의 내용이 확정되면 국내·외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