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보장 기반 서비스 강화… 전문몰 등 고객층 다변화
  • ▲ CJ대한통운의 군포 스마트 풀필먼트센터 관제실.ⓒCJ대한통운
    ▲ CJ대한통운의 군포 스마트 풀필먼트센터 관제실.ⓒ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의 통합물류서비스가 결실을 맺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 11조 7679억원, 영업이익 4802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3% 줄었으나, 국내사업 신규수주 확대 및 지속적인 생산성 개선 성과로 영업이익은 16.6% 증가한 수치다.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성적이라는 평가다. 

    CJ대한통운의 선방은 한국사업부문이 이끌었다. 특히 택배·이커머스 사업에서 도착보장 기반 서비스 경쟁력 강화, 패션·뷰티 버티컬커머스 물량 확대에 힘입어 매출 3조7227억원, 영업이익 2461억원을 기록했다. 이 배경에는 CJ대한통운을 이커머스 시업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게 한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가 있다. 

    풀필먼트는 상품 보관은 물론 고객 주문에 따른 출고와 배송, 재고관리까지 한번에 제공하는 통합물류서비스를 뜻한다. 배송을 위해 택배사로 상품이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통합해 관리함으로써 고객사의 물류관리 부담을 덜어준다. 

    실제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커머스 고객사는 지난해 말 기준 1071개를 기록했다. 1년 전 250여개에서 4배 가량 증가했고, 고객사 종류 역시 명품·패션·식품·펫용품 등으로 다양해졌다.

    풀필먼트 서비스 확대는 ‘도착보장’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어졌다. CJ대한통운은 2021년 네이버와 군포·용인에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시작했고, 1년 뒤에는 판매자, 구매자들에게 24시 주문마감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품 도착일을 보장해주는 도착보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착보장은 약속한 예정일 배송을 보장하고 지연 시에는 일정 금액을 보상해 주는 서비스다. 기본 택배 운임에 추가 서비스 수수료가 붙어 수익성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을, 이커머스업체는 고객 유입으로 인한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도착보장서비스를 도입한 대표적 파트너인 네이버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IR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의 니즈를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전체 브랜드 스토어 중 약 30%의 판매자가 도착보장을 도입했다”면서 “특히 도착보장 활용도가 높은 스토어일수록 유의미한 거래액 성장이 확인돼 매출 상승과 브랜드 신뢰도 상승 효과가 함께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여기에 더해 판매자의 제품 특성, 구매자 주문 패턴 등에 따라 일요배송·당일배송 등 서비스 다양화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도착보장서비스 론칭 이후 이커머스 고객사 증가세에도 가속이 붙었다. 올해만 600개 이상의 신규 고객사와 풀필먼트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는데, 특히 패션‧뷰티 등 버티컬 커머스(전문몰) 대상의 영업을 강화한 점이 주효했다. 지금까지 오픈마켓, 홈쇼핑 등 전통적인 이커머스 기업이 주요 고객층이었다면, 앞으로는 버티컬 커머스나 중소형 셀러로까지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장해 고객층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최근 버티컬 커머스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버티컬 커머스 거래액은 7조7933억원으로 1년 전 6조3869억원 보다 22% 늘었다. 같은 기간 종합몰 거래액이 8.7%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버티컬 커머스 업체들이 배송경쟁력 강화를 위해 물류전문기업과 손을 잡는 경향도 확산되고 있다. 빠른 배송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신선식품에서 패션·뷰티 등 이커머스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는 패션·뷰티 품목은 종합몰보다 버티컬 커머스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신선식품에 비해 재고관리가 수월한 데다 기존 물류센터 등 배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CJ대한통운이 지난해의 4배에 달하는 고객사 확보 성과를 낸 것은 풀필먼트와 같은 이커머스 특화 물류 서비스가 통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20년 곤지암센터에서 풀필먼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군포‧용인 등 전국 9개 물류거점에 풀필먼트 센터를 차례로 열었다. 운영 센터 수나 대규모 풀필먼트 운영 노하우 면에서 단연 유리하다.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의 최대 강점은 대규모 택배 허브터미널과 연계한 ‘융합형 서비스’라는 점이다.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센터에서 출고해 1~2시간 거리에 있는 허브터미널로 상품을 바로 보내는 구조다. 물류센터에서 출고된 상품을 택배기사가 집화해 서브터미널을 거쳐 허브터미널로 보내는 과정이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주문 마감시간이 늦춰지면서 실질적인 체감 배송속도도 빨라지고 더 많은 주문량을 소화할 수 있어, 이커머스 업체 매출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풀필먼트의 경쟁력은 단순한 창고 인프라만 갖추는 것이 아닌, 첨단 기술 기반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으로 이뤄졌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21년 로봇‧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통해 혁신기술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실제 회사는 물류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TES물류기술연구소’ 규모도 2배 이상 키우는 등 물류 자동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상품을 작업자 앞으로 가져다주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 상품 사이즈에 맞는 상자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스마트 패키징 시스템 등도 도입했다.

    CJ대한통운은 신규 고객사 증가로 이커머스 부문의 성장세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빠르고 정확한’ 배송이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으면서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한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풀필먼트 인프라 투자비용을 개별 이커머스 업체들이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전문 물류기업과의 협업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따른 수혜도 기대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년 전보다 11.8% 증가한 20조905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온라인 쇼핑액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이커머스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이 사업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며 “엔데믹 이후에도 신규 고객을 지속 발굴하며 당사의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