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송 부담 더 커져자동차·철강·이차전지 의존도 96~99%中 통항 제한 없고 유럽행 철도도 확보해상운임 상승, 납기 지연 부담 '이중고'
  • ▲ 한국무역협회 CI. ⓒ한국무역협회
    ▲ 한국무역협회 CI. ⓒ한국무역협회
    홍해 사태가 두 달이 넘어가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수입시장 내 한국과 중국 점유율 격차 확대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EU 수출의 80%를 해상운송에 의존하는데 EU와 미주를 오가는 해상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해상운임이 급등하는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홍해 예멘 사태의 수출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홍해 예멘 사태가 우리나라의 대(對) EU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EU 수입시장 점유율은 한국 1.13%, 중국 7.91%로 집계됐다. 이미 7배에 달하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후티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해왔다. 예멘 후티 반군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지자 세계 1위 선사인 MSC(스위스)와 2위 머스크(덴마크)를 비롯한 한국·프랑스·독일 등이 홍해 운송을 멈춘 상황이다.

    이같은 사태로 EU와 교역 중인 국내 화주들의 해상운임 상승 및 납기 지연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글로벌 선복 공급 및 컨테이너선의 운항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12월 전 세계 가용 선복량은 과거 52주 평균 대비 57.3% 감소했는데, 이는 2020년 2월 팬데믹 직후 선복량 감소 폭(-47.3%)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 ▲ 희망봉 우회 시 추가 운항일·선박수 예시 (좌), 한국 기준 희망봉 우회시 운임(우)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 희망봉 우회 시 추가 운항일·선박수 예시 (좌), 한국 기준 희망봉 우회시 운임(우)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올해 2월 기준 국내에서 EU로 향하는 해상운임은 2023년 10월 대비 250.1% 급증했다. EU 항로의 운항 일수는 수에즈운하 통과 대비 12일~14일이 추가 소요되면서 납기 지연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2월 세계 컨테이너선 정시성은 56.8%를 기록해 11개월 만에 60%를 하회하기도 했다. 항로 변경 등으로 선사가 부과하는 추가 요금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국의 EU 수출 80%가 해상운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동차(99.8%) ▲석유화학(99.7%) ▲철강(98.7%) ▲이차전지(96.4%) 등 해상운송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됐다.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 EU의 아시아 국가 수입이 둔화되거나, 중국 화주와 비교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의 수출경쟁력이 걱정되는 이유는 중국이 후티 사태에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은 중국과 러시아 선박의 안전운항을 보장했다. 또 중국은 내륙 철도 등 대체 운송로를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이 높아진 해상운임 부담을 수출품 가격에 전가하는 경우 EU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이유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해상운송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경우 한·중 점유율 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국무역협회 옥웅기 연구원은 "후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EU의 아시아 수입 및 공급망 변화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최소 선적 한 달 전에 선복을 확정하는 한편 철도·복합 운송 등 다양한 대안 경로를 적극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