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SK어스온 자산 매각… “미래 사업 투자”‘체질개선 전문가’ 평가… “전략방향 재점검”예고SK온·SK엔무브 등 자회사 활용방안 이목 쏠려
  • ▲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SK이노베이션
    ▲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SK이노베이션
    SK그룹 전반에 체질 개선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SK이노베이션도 내실 다지기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회사를 이끌게 된 박상규 총괄사장은 비용절감은 물론 선택과 집중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석유 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이 보유하던 페루 액화천연가스(LNG) 지분 20% 전량을 2억5650만달러(한화 약 3400억원)에 매각하는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페루 LNG는 2010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LNG 생산 플랜트를 보유한 회사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헌트오일·셸·마루베니가 지분을 갖고 있으며 SK어스온은 20%의 지분을 보유해왔다. SK어스온은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을 추진 중인 미래 성장 사업에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신임 총괄사장으로 취임한 박상규 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작년 말 그룹 인사를 통해 SK엔무브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거처를 옮겼다. SK그룹내 지주사인 SK 투자회사관리실 기획임원을 비롯해 SK네트웍스 대표, SK엔무브 대표 겸 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체질개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과거 SK네트웍스 대표 재임 당시에도 전국 직영 주유소 800여곳과 명동 사옥, 제주 골프장(현 SK핀크스) 등을 매각하고 해당 재원으로 SK렌터카, SK매직 등 렌탈 사업을 강화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취임 직후 구성원들에게 보낸 신년사를 통해서도 전면적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박 사장은 “생존이 위협받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인풋 대비 아웃핏이라는 효율성 관점에서 전체적인 전략 방향을 재점검하고 경쟁력 강화방안을 도출하자”고 전했다. 

    박 총괄사장이 내실다지기에 나서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룹의 주력 캐시카우로 꼽혀오던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정유업황 부진에 따라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영업익은 전년 대비 51.4% 줄어든 1조9039억원에 그쳤고, 순이익도 71.2% 감소한 5463억원에 머물렀다. 

    아울러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대해 매년 조단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에 2022년 말 1조원, 작년 1월 1조원 등 몇 차례 유상증자 자금을 투입했다. 

    당장 현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차입 부담은 매해 늘고 있다. 2020년까지만 해도 14조7519억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총차입금은 작년 3분기 기준 30조681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 가운데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같은기간 1조5302억원에서 8조402억원으로 8배 넘게 늘었다.  

    시장에서는 박 사장이 자회사를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올해에만 9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예고했다. 당시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올해 예정하고 있는 설비투자(CAPEX) 집행 계획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기준으로 봤을 때 약 9조원 정도로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배터리사업에 약 7조5000억원, 배터리 사업 외에 1조5000억원 규모다. 

    SK온, SK엔무브,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SK지오센트릭 등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나 자산매각 등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는 SK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와 SK엔무브 기업공개(IPO)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SK온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프리IPO를 통해 총 4조8000여억 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 바 있다. 프리IPO는 회사가 향후 몇 년 이내에 상장을 약속하고 일정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자금유치 방식을 말한다. SK엔무브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센터용 윤활유 등 블루오션을 개척하며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가운데 실적 성장세도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