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주총 삼성물산, 의결권 위임 속도행동주의펀드 배당 상향-자사주 소각 요구 방어경영권 분쟁, 고려아연과 영풍도 확보 경쟁가족분쟁 금호석화·한미약품도 분주국민연금 선택권 커져… 스튜어드십 코드 안착 기회
  •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요 경영 결정을 앞둔 기업들이 의결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밸류업 정책과 발맞춰 주주가치제고에 관심이 커진 소액주주들의 표심도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오는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6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으는 안건은 배당금과 자사주 소각 규모다. 삼성물산은 보통주 1주당 2550원씩 배당금을 책정했는데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당 4500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5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을 요구했는데 이역시 주총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삼성물산 측은 "2023~2025년 시행하는 3기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배당수익의 70%를 재원으로 배당을 결의한 금액"이라며 "주주제안으로 올라온 배당안은 심사숙고 끝에 수립한 주주환원정책을 크게 초과하며 경영상 부담을 되는 규모"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삼성물산은 주총 전까지 전자투표와 주주 의결권 위임을 통해 최대한 많은 지분을 가져와 주주제안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물산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 특수관계인 33.29%, 우군으로 평가되는 KCC 9.17%까지 40% 이상 확보하고 있어 주주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표심 이탈은 최대한 막아야 할 형편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이에 지분 경쟁이 벌어진 고려아연 주총은 오는 19일 열린다. 정관 변경과 배당금을 두고 맞붙은 양 측의 지분율은 최 회장 측 32.5%, 장 고문 측 31.5%로 박빙이다. 이들은 각각 의결권위임대행사를 앞세워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찾아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8%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표심 확보 기세도 중요한 만큼 개인주주 1주가 아쉬운 상황"이라고 했다.

    가족 간 분쟁 중인 금호석유화학은 자사주 소각을 놓고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금호석화 자사주 비중은 18.4%로 시가총액 3조원 이상 상장사 중 3번째로 높다. 박 전 상무 측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며 소액주주들의 주총 의결권 행사를 독려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가족 간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미약품에서도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담은 주주제안이 올라오면서 주총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경영권 분쟁과 개별 주주들의 집단 행동이 빗발치면서 국민연금공단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이 배당금 규모를 두고 일부 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했을 때 사측의 손을 들며 상황을 정리한 바 있다. 또 2022년 금호석화 주총에서도 경영진에 힘을 실으면서 분란을 진화하기도 했다.

    정부는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동지침을 담은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기업 밸류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강한 잠재력을 지닐 수 밖에 없다"며 "이런 현상이 안착되면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주환원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