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 협상 평균 8년 … 20여년 소요되는 경우도농가 반발도 수입에 걸림돌 … "먹거리안보 해쳐"물가 안정 위한 '탄력적 검역제도 운용'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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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과일 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당분간 과일값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가격이 급등한 사과, 배를 수입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당장 수입은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까다로운 검역 과정을 농정당국이 완화하기 어렵고, 농가 반발로 자칫 사회적 갈등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 등 11개국을 대상으로 사과 수입 검역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검역 과정을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한다. 

    과일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현재 사과, 배, 복숭아, 수박, 대추, 오이, 고추 등 8개 작물이 검역 문제로 국내 수입이 제한받고 있다. 

    검역협상은 총 8단계로 거치는데, 국내 수입품목의 검역협상 평균 기간이 8년1개월에 달한다. 최단기간은 중국산 체리의 3.7년 기간이며, 국산 감귤을 뉴질랜드에 수출하기 위한 검역협상은 27년이 걸렸다. 

    병해충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과학적 검사로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대부분의 국가가 신청한 사과 수입 검역협상은 1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사과의 경우 현재 11개 협상 국가 중 일본이 5단계로 가장 높게 머물러 있고, 독일이 3단계, 1~2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가들도 많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7일 기자들과 만나 "검역협상은 상대국의 현재 상황, 의지, 대응속도와 관련이 있다"며 "외국 농산물을 통해 병해충이 유입되면 우리 수출도 막힐 수 있고 산업 전체가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역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즉각적인 사과 수입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물가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사과, 배 등 수출국에서 수입허용 요청한 농산물에 대해 전문가들이 과학적 증거(Scientific Evidence)에 기반하여 수입위험분석 절차(Import Risk Analysis)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이외 다른 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농가의 반발도 사과, 배 등 과일 수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먹거리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정해놓은 검역 절차를 완화할 경우 해당 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

    서병진 한국사과연합회장은 "사과를 비롯한 자국산 과일 산업의 보호는 글로벌 먹거리 안보 차원에서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물가 안정을 빌미로 과수 농업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사과 수입 논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미령 장관은 '정부가 엄격한 검역 관리를 통해 사과 농가를 보호한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사과 시장을 보호하려고 (검역 기간을) 일부러 늦추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얼핏 검역 문제와 농가 반발 간 연관성이 없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까다로운 검역 절차를 도입한 자체가 시장 보호와 무관치 않은 만큼 검역 완화 가능성이 작고, 수입 역시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가 높다.  

    송 장관이 "검역 협상은 전문가의 영역이고 상대국이 있어 상대국의 병해충 상황, 의지, 대응 속도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시장 보호를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가 어렵다는 것으로 봐야한다.

    당국이 검역 완화를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단 납품단가 인하(204억원), 할인지원(230억원) 등 재정지원과 함께 냉해피해 예방, 수급 개선 등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각에선 검역제도의 탄력 운용 방안도 대안으로 나온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격이 갑자기 뛴 품목에 대해서는 검역을 완화하는 등 검역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