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달라지는 간호사 업무… PA 법제화 동시에 간호법 화두 간호계 "의료대란 속 고무적 성과… 불법→ 합법으로 전환"의약분업 후 약사들 요구였던 '성분명 처방' 집중 거론약사 역할도 강화되나… 쏟아지는 의료대란 대처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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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의사 압박책으로 진료 독점을 깨고 타 직역에 권한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PA(진료보조) 간호사 법제화로 가닥이 잡혔고 간호법 재추진도 이뤄질 전망이다. 약사의 권한을 늘리기 위해 처방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성분명 처방도 도마 위에 올랐다.

    8일 병원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업무가 공식적으로 확대된다. 이는 전날 정부가 의사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하도록 한 시범사업의 보완 지침을 근거로 한다. 

    보완 지침에 따라 간호사는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PA)·일반간호사'로 구분되고 각각의 업무 권한이 부여된다. 일단 모든 간호사는 응급상황 심폐소생술과 응급 약물 투여, 혈액 등 각종 검체 채취, 심전도·초음파·코로나19 검사 등을 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는 위임된 검사·약물의 처방을 할 수 있고 진료기록이나 검사·판독 의뢰서,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동의서의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또 봉합 등 수술행위에도 참여하고 석고 붕대나 부목을 이용한 처치와 체외충격파 쇄석술 등도 가능해진다. 

    특히 전문간호사는 중환자 대상 기관 삽관·발관과 중심정맥관 삽입·관리, 뇌척수액 채취도 할 수 있다.

    현행 의료법 제2조는 간호사의 임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간호사들의 업무 중 많은 부분은 불법의 경계에 있었다. 한시적 허용되는 업무에 세부 내용이 담기면서 합법의 영역으로 바뀌게 된 셈이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인정하고 명시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 일"이라며 "의료대란 국면에서 환자를 외면하지 않고 현장에 남아있는 간호사의 역할이 존중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복지부와 간호협회, 전국 수련병원 관계자들은 원격회의를 진행해 간호사 업무범위에 대한 내용을 재점검하고 의료공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PA뿐 아니라 의료인으로서 간호사의 전반적 권한이 확장되는 시기가 됐다. 

    ◆ 의-약사 갈등 레퍼토리 '성분명 처방' 수면 위로  

    의료대란 장기화에 의사의 독점적 권한을 약화시키는 방안 중 하나로 약사들의 지속적 요구인 '성분명 처방을 통한 대체조제 활성화'가 거론되고 있다. 아직 정부 차원의 선언적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총선까지 이 사태가 이어지면 상황이 급반전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처방할 때 현재처럼 특정 제품을 적는 상품명 처방이 아니라 성분을 기재하는 방식이다. 이때 약사가 동일계열 약제를 선택해 환자에게 제공한다.

    이 경우, 의사의 처방권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약사들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의 본질이 성분명 처방이며 횡횡하는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할 방법이므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성분명 처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앞서 지금도 가능한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한 간소화 추진법은 이미 국회에도 발의된 상태였다. 

    대체조제는 처방전에 제시된 의약품 대신 효능과 효과가 동일하다고 판단되는 다른 전문약으로 조제하는 것을 말한다. 약사가 대체조제를 한 경우 전화나 팩스, 전자메일로 의사에게 1일 이내 사후통보를 해야 한다.

    이 과정이 복잡하다보니 사후통보 대상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변경하거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현실적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지난달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의약분업 이후 모든 집행부가 성분명 처방을 추진해 왔던 사안"이라며 "이를 추진하는 단계에 있어 첫 단계가 대체조제 통보 간소화"라고 밝혔다.

    이 문제는 총선을 앞둔 시점, 여당 측의 주도로 드라이브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 여당 관계자는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 간소화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민하는 정책 대안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의료계는 PA, 간호법, 성분명 처방 등 의사면허와 진료 권한에 직접적인 침해를 받는 정책이 집중적으로 거론되자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치졸한 의료계 괴롭히기 행태로 정부가 마구잡이로 던지는 이러한 무리한 발표는 대한민국 의료를 더욱 빠르게 몰락시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