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국면 전환, 이번 주가 분수령 길어지면 모두가 '낭떠러지' '의학한림원' 주도적 움직임 필수 국회 해결이 1순위, 아니면 다자간 협의체 구성
  • ▲ 홍윤철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환경의학) 교수. ⓒ박근빈 기자
    ▲ 홍윤철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환경의학) 교수. ⓒ박근빈 기자
    "전공의 이탈 4주째에 접어들었고 의료대란은 풀리지 않고 있는데 국회는 숨어있다. 아무리 총선을 앞둔 시기라고 해도 이렇게 무책임한 행보를 보일 수가 있는가. 보건복지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나서야 할 의료인 출신 의원들은 어디에 있는가."

    12일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본보를 통해 "현재의 의료대란은 시간을 끌수록 모두가 낭떠러지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 한 발자국도 나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의대증원의 핵심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로 알려졌지만 사실 이를 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진 않았다. 해당 보고서는 진료권을 세세히 나눠 지역별 의사 부족의 문제를 거론한 것이고 이를 데이터로 증명한 연구였다. 

    상황은 복잡하고 연일 논란이 발생하는 가운데서도 그는 어느 한쪽에 서지 않고 학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일단 작금의 상황에서는 '중재가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국회의 적극적이고 치열한 노력이 필요한데 숨어있기에 급급하다.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모른척한다면 이는 직무유기"라며 "국민 생존이 걸린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인데 총선이 최우선인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복지위나 의료인 출신 의원들이 잠잠하다는 것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며 "중재를 위해 국회가 당장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이를 진행시키지 못하면 파국으로 향한다. 총선 이후를 기다리는 것 역시 너무 늦다"고 우려했다. 

    그가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현재 복지위원장은 치과의사 출신의 신동근 의원이 맡고 있다. 경선에서 밀렸고 상임위가 복지위는 아니지만 이용빈 의원도 의사 출신 현직 의원이다. 유일하게 신현영 의원이 관련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큰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의원도 의사 출신으로 주도적 목소리를 내야하는데 잠잠하다. 복지위 소속 의원을 포함해 다수의 의료인 출신 의원들이 존재하지만 중차대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함구하고 있다. 

    홍 교수는 "전공의가 집단사직을 제출한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한 달째에 접어드는 오는 18일 경이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전까지 어떤 식으로든 봉합해야 하고 그 책임은 국회에 있다"고 말했다.

    ◆ 다자간 협의체 구성… '의학한림원' 역할론 중요 

    만약 국회가 해결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피한다면 '정부-의료계-국민' 다자간 협의체가 즉각 가동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특히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이나 각 의대 교수들이 아니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경험에 의존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데 이러한 주장은 국민의 설득시키기 어렵다. 데이터를 두고 맞서야 하는데 이 지점이 취약하다"며 "현 상황에선 의료계 원로들이 모인 한림원 정도가 돼야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일 환자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오르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표현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생사의 영역에서 직접적 피해를 받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연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다자간 협의체가 가동될 경우, 국민대표로 환자만이 참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 속에 일부 포함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지엽적 형태의 의견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재차 강조하지만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중재의 1안으로 볼 수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다자간 협의체 구성을 2안을 두고 현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어찌 됐든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이 상태로는 누구도 버티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기 때문에 조만간 결론을 내거나 방향성이 잡힐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