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승 위원장, 자기연민에 빠진 점 '반성'… 소통이 중요비대위 초기엔 의사가 처한 어려움 인정받을 것으로 착각 사직 결정 전공의에게도 '문제의식' 몰랐던 스승이 사과
  • ▲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이종현 기자
    ▲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이종현 기자
    "국민 여러분, 저희가 정말 잘못했다.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 저는 이제 국민 여러분과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겠다.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겠다." 

    18일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은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공개했다. 

    방 위원장은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가 희생한 부분만을 생각했고 환자분들이 이러한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오셔서 고작 3분에 불과한 진료를 받으시는데도 제 환자한테만 진심이면 되고 시스템은 내 영역 밖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책임이 있는 현 사태의 당사자임에도 반성 없이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그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소속으로 뇌혈관 질환(뇌동맥류, 뇌경색, 뇌출혈, 모야모야, 동정맥기형 등)을 맡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이 분야의 몇 안 되는 필수의료의 축이다. 수술할수록 병원경영에 적자는 내는 열악한 환경에서 실제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는 정부와의 조율점을 찾기 위해 제안도 제시하고 각계와 수면 아래서 소통을 벌이는 등 실제 봉합을 위해 노력한 당사자다. 하지만 교수 사직 문제에 대해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방 위원장은 "처음에는 정부가 어떠한 소통 없이 통보 형태로 2000명을 인원을 증원하겠다는 비합리적인 결정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당연히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 주시고 지지를 해주실 거라고 믿었지만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매일 국민 여러분의 크나큰 분노를 느꼈기에 당황했고 자괴감도 들었지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을 얻었다"며 "기형적인 의료환경의 작은 희생자이자 어쩌면 방관자인 저희의 자기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도 사과했다. 

    방 위원장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다"며 "그간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넘겨왔고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소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