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의 날 기념식'서 "독과점 구조와 지대추구에 안주" 지적독과점 시스템 개선-금융권 '이자장사' 지적에 이어 또다시 '때리기'2조원대 상생금융-홍콩 ELS 배상 등에 추가 상생금융안 '노심초사'
  • ▲ 윤석열 대통령이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서 기업활동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40320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서 기업활동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40320 ⓒ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연이은 '이자 장사 때리기'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생금융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내 은행들의 구체적인 이익 규모까지 거론하면서 혁신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로 대규모 배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커다란 '이중고'에 놓였다는 당혹감이다. 

    윤 대통령은 2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 특별강연을 통해 "우리나라 은행의 이자수익은 60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5대 은행의 이자수익은 40조원이 넘는다"며 "그런데 세계은행 순위에서 50위 이내에 우리나라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독과점 구조에 지대추구에 안주한 결과"라며 금융산업에 더욱 과감한 혁신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독과점 카르텔 타파라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지만 평소 윤 대통령과 정부에서 은행에 대해 가진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과점 속에 안주하며 이자놀이에만 치중하면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에둘렀다는 해석이다.

    ◇2조원대 상생금융안으로 부담 가중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그간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 개선을 주문한 것과 결을 같이 한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도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는데 은행은 '이자 장사'에 매몰돼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돈놀이' 질타는 '상생금융안'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방안'을 발표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대상으로 1조6000억원 규모의 이자환급(캐시백)을 시행하고, 은행별로 난방비·학자금 등 취약계층 지원에 4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상생안의 지원 규모는 역대 최대로, 재원은 18개 은행이 순이익 기준으로 배분해 부담한다. 5대 시중은행에서 전체 지원액의 75%에 해당하는 1조5250억원을 분담한다. △KB국민은행 3721억원 △하나은행 3557억원 △신한은행 3067억원 △우리은행 2758억원 △NH농협은행 2148억원 등이다.

    금융위는 "은행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금리부담의 일정 수준을 직접 낮출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지만, 직접적인 재원조달에 나서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상생안 갹출비용에 따른 은행의 실적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비용에 따른 영향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11%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ELS 배상 확정도 임박…업권 침체 장기화 우려

    금융권은 홍콩 H지수 ELS 관련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발언에 따른 또 다른 상생금융 방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5대 은행에서 판매했던 홍콩 H지수 ELS 가운데 올해 만기도래액은 13조5000억원 규모다. 이 중 상반기 물량이 8조2000억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이 4조8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이어 △신한은행 1조4000억원 △하나은행 8000억원 △NH농협은행 8000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투자자 손실률 50%, 손실 배상비율 40%로 가정하면 은행별 상반기 예상 배상액은 △KB국민은행 약 1조원 △신한은행 약 3000억원 △하나은행 1500억원 △우리은행 50억원 수준이다. 실제 배상 규모는 각사별 구체적인 배상안과 ELS 투자자의 수용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상생금융 프로그램에다 홍콩 ELS 배상안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은행들은 대통령 발언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상생금융에 금액을 쏟아부은 데다 금융당국에서는 홍콩 ELS 관련 조속한 배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실적 악화를 피할 수는 없다"면서도 "추가 상생금융방안이 마련된다면 금융권 전반의 저성장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