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루새 5% 급락80달러 붕괴 정유사 4분기 실적 '빨간불'재고손실평가 증가 따른 4Q 영업익 '반토막'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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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80달러선 이하로 붕괴되면서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상반기 100달러 가까이 치솟았던 유가가 하반기 들어 지속 하락세를 보이면서다. 정유업계는 수익만 났다하면 떠오르는 정치권의 '횡재세 논란'이 꺼지기도 전에 실적 부침까지 예견되며 골치 아픈 모습이다.1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2.90달러로 전날 대비 3.76달러(4.9%) 하락했다.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3.76달러(4.6%) 내린 배럴당 77.4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모두 7월 6일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국제유가가 5% 가까이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액도 늘어날 전망이다. 재고평가손실은 정유사의 원유 구입시기와 정제 후 제품 판매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만약 유가상승 시기에 사들였던 원유가 이송되는 동안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를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중동 원유는 배로 운송하는 데만 평균 20일 넘게 걸리고, 정제 후 제품으로 만든 뒤 전국 주유소에 판매하는 시점까지 고려하면 원유 구입에서 제품 판매까지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지난 9월 90달러를 유지했던 국제유가는 10월 들어 80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원유 도착 후 재판매 시기에는 수익성을 가늠하는 정제마진 하락으로 판매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는 아직 4분기가 한달 이상 남은 시점에 정확한 재고 손실규모를 파악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유사마다 원유 수입 규모가 제각각인데다 재고 물량이 어느 정도 쌓일지 당장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하락에 정제마진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면서도 "각 사마다 원유를 얼만큼 들어오고 비축 물량도 정해지지 않은 시점에 재고손실규모를 단순 계산(추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재고손실평가 증가로 4분기 영업익이 반토막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742억원으로 3분기(8589억원) 대비 44.8%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도 4분기 영업익 컨센서스는 7509억원으로 3분기(1조5630억원) 대비 52.0% 줄어들 전망이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직전 대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유업계는 실적 악화 흐름에 더해 횡재세 논란까지 겹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앞서 정치권에서는 정유사들이 호황을 누릴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법인세 외에 추가로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횡재세 도입'을 재점화했다. 상반기까지 적자를 내던 정유4사가 3분기 모두 흑자전환한 시기를 겨냥한 것이다. 이들이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총 2조9969억원이다.이 대표는 "유가 상승 때문에 정유사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87.3% 늘었다"며 "그 자체를 뭐라고 할 수 없지만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에너지 가격 때문에 많은 이익을 거둔 정유사 등에 대해 횡재세를 부여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영국도 에너지 이익 부담금을 통해서 영업이익의 35%를 횡재세로 부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업계 안팎에서는 횡재세 논의에 일관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정유사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은 유가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다 적자 시기에는 횡재세 논란이 또 사그라들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부터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면서 횡재세 이야기도 자취를 감췄다.업계 관계자는 "유가에 따라 실적 희비가 갈리는 상황에 실적이 좋을 때만 횡재세가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며 "앞으로도 시장이 항상 좋고 나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탈(脫)석유' 사업 준비도 해야한다.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부과할 경우 정유사들의 투자 심리 위축도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