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당선 시 전공의-개원가-교수 집단행동 우려 당선자 신분으로 고강도 투쟁 벌일 듯비상진료체계 유지 중이나 한계점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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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증원 2000명' 배정이 완료된 후 의대생부터 전공의, 개원의, 의대 교수까지 격분하는 모양새다. 이대로면 총선 이전에 총파업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무게가 쏠린다. 

    문제는 남겨진 환자다. 의료공백을 발생시킨 전공의와 사직을 예고한 교수들을 향해 비판의 수위를 올렸던 환자들도 실제 '죽음의 공포'에 맞닿았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21일 본보를 통해 다수의 의사는 "환자들에게 죄송하지만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의대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들은 "미래는 모르겠고 당장 죽게 생겼으니 자리로 돌아와 살려달라"고 했다. 

    의사들은 정부를 탓하며 고강도 투쟁을 선언했지만, 정부가 아닌 중증 환자에게 파고들어 숨통을 조이고 있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문장에는 환자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의미가 감춰져 있었다. 
     
    당초 개원가를 대변하는 위치에 있다는 인식이 강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공의, 의대 교수까지 아우르는 의료계 종주단체로 입지가 재정비되고 있다. 현재 차기 회장 선거가 진행 중으로 과반이상의 득표자가 나온다면 오는 22일 당선자가 나온다. 
     
    의협의 새 수장은 의사의 권익 보호만을 위해 투쟁 노선을 그리는 인물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협회장 당선자가 나오면 동네의원의 집단휴진을 비롯해 총선 이전에 총파업을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임현택 차기 회장 후보는 "면허 정지를 받아도 의협 정관상 대정부 투쟁으로 인한 것이라면 회장직 수행이 가능하다. 만약 당선된다면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정부는 집단행동 교사 혐의를 적용하겠지만 당선이 유력한 후보들은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각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오는 25일 기점으로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다. 타협 없는 의대증원이 확정된 이상 교수들도 병원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역시 의협으로 유입돼 투쟁 노선에 합류할 것으로 관측된다. 

    ◆ "말 꺼내기도 두려워" 공포감에 벌벌 떠는 환자들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의사들은 환자를 방어막으로 정부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수술을 못 받아 죽음을 앞둔 환자들 대신 그간 방관했던 제자에게 발생할 행정처분을 보호하고 미래 의료의 걱정을 위함이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해 대응하고 있지만 이미 의료현장에서는 곡소리가 나고 있다. '무기한 수술 대기' 통보를 받은 환자는 울부짖고 있으며 그 두려움의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다. 

    애초에 의사의 직업윤리를 강조하며 "자리로 돌아오라"고 외쳤던 환자단체도 더 이상 의사를 비판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한 명이라도 자리를 이탈하면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에 숨죽이고 있다.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의료대란 초기엔 환자가 자리를 떠난 의사를 비판할 수 있고 분명 그 권리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명이 걸려 있기에 제약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지금은 그러한 순간으로 변하고 있다.

    췌장암 환자 A씨는 대형병원에서 입원이 거부되고 수술이 밀리는 상황을 동행 취재해달라 요청했지만 급히 취소했다. 그는 "환자의 간절한 상황이 보도되면 의사들도 맘을 돌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괜히 나섰다가 찍히면 치료를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B씨 역시 빅5 병원 중 한 곳에서 'OECD 수준의 진료'를 해주겠다며 입원을 거부하는 의사의 발언 등 억울한 전후 상황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속으로 참겠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루비콘 강'을 건넌 순간 피해자는 환자가 됐고 함부로 부당함을 털어놓지도 못하는 공포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글을 남겼던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죽는 것은 의사들이 아니다. 의사들은 이 땅에서든 타국에서든 살길을 찾아갈 것"이라며 "죽어가는 것은 국민들로 의사들이 애통하는 마음만 버린다면 슬퍼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잔인한 문장이지만 작금의 사태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대신 추후 봉합이 있더라도 의사와 환자간 라포(신뢰) 역시 형성되기 어려운 시기가 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