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후 경제‧상호금융 등 계열사 수장 물갈이농협금융 계열사만 무풍지대… 은행‧보험 CEO 남은 임기 유지금감원, 농협금융 지배구조 검사 영향… 중앙회장 개입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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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범 농협의 요직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농협금융지주와 은행, 보험 등 금융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은 자리를 지켰다. 이 자리를 지켰다. 

    이는 금융당국이 농협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는 등 인사‧경영 전반에 칼날을 들이댄 영향으로 풀이된다. 

    농협중앙회는 21일 서울 서대문 본관에서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부회장, 상호금융 대표 인사를 추인했다. 

    앞서 강호동 회장은 지준섭 전 NH농협무역 대표를 부회장에, 여영현 전 상호금융 상무를 상호금융 대표로 내정했다. 

    또 박석모 전 NH농협은행 부행장을 조합감사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농협경제지주도 이날 신임 대표로 박서홍 전 전남지역본부장을 선임했다. 

    이날 결정된 부회장, 농협경제지주 대표, 상호금융 대표는 강 회장의 최측근 3인방으로 통한다. 

    강 회장의 취임 후 요직 인사가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을 제외한 농협금융지주와 주요 금융계열사 수장들은 현재까지 교체되지 않았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은행, 증권, 생명, 보험 등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통상 중앙회장이 교체되면 핵심 계열사 CEO들이 일괄해서 사표를 내왔고, 물갈이 인사가 단행된 전례를 볼 때 이번 인사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2020년 취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한 달 만에 당시 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농협손보 대표 등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제출 받았다. 이 행장은 임기를 9개월가량 남겨놓은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장이 바뀌면 농협금융 계열사 수장 일부가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교체되고 농협중앙회 대의원회 때 이를 보고하는 게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면서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CEO 모두 1~2년가량 남은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 서옥원 NH캐피탈 대표는 지난해 1월 취임해 2025년 1월까지가 임기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서국동 NH농협손해보험 대표와 오세윤 NH저축은행 대표의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다.

    농협금융 CEO가 물갈이 되지 않고 무풍지대에 머무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금융당국이 농협 지배구조를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농협은행에서 109억원의 배임 사고가 발생하자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당초 15일까지였던 현장 검사는 오는 22일까지로 연장됐다. 

    금감원은 금융사고에 대한 현장검사에 더해 농협 전반의 지배구조 체제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 가는 관행은 물론 ‘농협중앙회→농협금융→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농협의 지배구조까지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앞서 NH투자증권 새 대표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도 강 회장 추천으로 증권업 경험이 없는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가 추천되면서 농협금융과 중앙회 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 회장이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면서 농협금융 계열사 인사까지 개입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농협금융 계열사 수장 인사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