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자영업자들 재룟값 등 일시 상승보다 고임금에 직격탄3~4년 새 인건비 2배 오르고 일부는 못버티고 폐업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경직된 주52시간 등 고용·물가에 치명상文정부 실험적 소득주도성장 정책, 물가 등 경제에 갈수록 후유증 키워
  • ▲ 장바구니 물가 상승 ⓒ연합뉴스 제공
    ▲ 장바구니 물가 상승 ⓒ연합뉴스 제공
    [편집자주] 현재의 고물가는 유가, 농식품 수급 등 외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다.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더 큰 구조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직된 주52시간제 강행 등 문재인 정부 당시 급격히 추진된 노동법 개악이 고임금 구조를 고착화했고, 그 부담이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 경제 전체의 고름으로 퍼져있다. 특히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비스업에서는 종업원들의 고임금 문제가 치명적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른바 고임금발(發) 비용 인플레이션이다. 비용 인플레는 수급으로 생기는 물가보다 경제에 치명상을 안긴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폐해가 차곡차곡 쌓여 물가 급등의 불쏘시개가 되고, 정권이 바뀐 지금 훨씬 큰 후유증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세 차례에 걸쳐 고물가의 내재된 원인을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4~5년 전만 해도 6만~7만원하던 한 사람 인건비가 지금은 10만원이 훨씬 넘습니다. 그마저도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요."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지금의 물가 상황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최씨는 과일, 대파 등 재룟값은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겠지만, 한 번 오른 인건비는 내릴 줄 모른다고 푸념했다.

    경남 양산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다가 폐업한 장모씨의 사연은 더 참혹하다. 그는 "(사장인 제가) 집에 가져가는 돈보다 직원한테 주는 월급이 훨씬 많았어요. 최저임금이 워낙 올라서 결국 종업원을 내보내고 우리 부부가 운영했죠. 하지만 2년간 적자를 못 버티고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인플레 근원을 국제유가나 곡물가 인상 등 외적 요인에서만 찾는 게 아니라 대내적 이유, 특히 과거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험이 남긴 후유증을 봐야 한다"라며 "당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서비스 물가·고용 악화 등 임금인상 코스트푸시(cost-push, 비용증가) 인플레가 훨씬 더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소비자물가가 다시 반등하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당시 무리하게 추진했던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규제 등이 고물가의 근원적인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급등은 자영업 대량 폐업과 고물가의 근원이었다는 사실이 통계 데이터로 증명된다.

    2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65만1000명에서 2019년 11만3000명(-6.9%) 줄어든 153만8000명으로, 2020년에는 16만6000명(-10.8%) 급감한 137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16.4%), 2019년 8350원(10.9%)으로 30% 가까이 급등했던 시점과 비교하면 약 1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자영업에 타격을 준 셈이다. '한번 오른 임금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하향경직성에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소주성 정책의 폐해가 통계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21년에도 6만5000명 더 줄어 130만7000명까지 감소했다. 이들이 전체 자영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28.3%에서 2019년 27.4%, 2021년 23.7%로 점점 쪼그라들었다. 양산의 장씨처럼 최저임금 인상 여파에 결국 주저앉은 이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임금근로자도 덩달아 줄었다. 2017년 499만2000명이던 임시근로자는 2018년(-14만1000명, -2.8%)과 2019년(-5만6000명, -1.1%)을 거쳐 2020년에는 448만3000명까지 떨어지며 50만명 넘게 감소했다. 일용근로자 역시 2017년 151만4000명에서 점점 줄어 2021년에는 123만1000명까지 축소됐다.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리면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검토 없이 급격한 인상이 추진되다 보니 영세 기업이나 소상공인, 임시·일용 근로자들이 모두 피해를 봤다. 2018년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이 보고서를 통해 예측한 부정적 영향이 통계로 나타난 것이다.

    국책연구원인 KDI는 당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반복되면 고용감소 폭이 커지고 임금질서가 교란돼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은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수요 감소는 물론 상근근로자 임금·산업 생산성에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최저임금이 촉발한 자영업자 줄폐업은 일자리 감소 문제를 불렀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당시 정부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뿌려야 했다. 정부가 나서 시중의 통화량을 늘렸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문 정부는 확장적 재정운용에 나섰고, 시중에 풀린 돈은 더욱 늘어나 인플레를 앞당겼다.

    주52시간제 강행도 임금 등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견해다. 진보진영의 정책 전문가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주 52시간 근무제를 경직되게 적용한 것이 경제에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했다.

    여기에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며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른 결과는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요금 폭등이라는 후폭풍으로 나타나 서민 부담을 키웠다.
  • ▲ 과실물가·소비자물가 추이 ⓒ연합뉴스 제공
    ▲ 과실물가·소비자물가 추이 ⓒ연합뉴스 제공
    물가 상승은 결국 소비 위축을 불러 소주성의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이 됐다. 물가 상승에 노동계의 임금인상 요구가 커졌고 임금인상은 다시 상품가격에 전가됐다. 임금인상 부담에 기업들은 해외로 활로를 찾았다. 삼성·SK 등 오프쇼어링(인건비가 싼 해외로 생산 이전) 기업이 늘어난 사례만 봐도 그렇다.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겼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주성 이론의 실험장으로 전락시켰다"는 정치권의 한결 같은 비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급기야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았던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을 지금 같은 속도로 나갈 수 있는 것인지, 정말로 조정을 충분히 해야 하는지 조사하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인지했고, 결국 2020년 2.87%(8590원), 2021년 1.51%(8720원) 인상에 그쳤다.

    경제학자들은 문 정부의 소주성을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한다. 이병태 교수는 "(문 정부에서) 경제의 정치 도구화가 된 최저임금은 인상하고, 노동시간 규제 등은 밀어붙인 반면 연금 등 구조 개혁 관련 정책들은 미루면서 결과적으로 인플레 악화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