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간 2조2천억원 순매수…작년 한 해 순매수액 훌쩍 넘어외국인 보유비율 1월초 33.5% → 3월 중순 38.2%로 늘어밸류업 정책 호재…추가 주주환원책·투자자산 효율화 전망
  • 올해 들어 외국인투자자의 현대차 사랑이 남다르다. 외국인의 현대차 매수세는 지난 한 해 사들인 주식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 추진에 따른 기대감에 더해 투자 자산 효율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계획을 밝힌 지난 1월 2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은 현대차다. 

    지난 39거래일 중 6거래일을 제외하고 계속 현대차를 사들이고 있다. 해당 기간 외국인 순매수 합계는 2조2279억 원이다. 

    이 기간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 총액은 11조6101억 원으로, 현대차 순매수액은 전체의 20%에 달한다. 2위 종목인 삼성전자(1조7782억 원)보다 4400억 원 많다. 

    이에 따라 외국인 보유비율은 지난 1월초 33.5%에서 이달 25일 기준 38.2%로 5%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도 단숨에 급등했다. 지난달 현대차의 주가는 29% 올랐다.

    이달 들어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들이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의 주가도 23만~25만 원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3월 들어 지난 25일까지 주가는 4.6% 내렸다.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현대차 주식을 543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최근 5년간의 매수 행보와 비교해봐도 두드러진다.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1조4552억 원에 이어 2020년 2조2857억 원, 2021년 1조1928억 원어치 현대차 주식의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던 외국인은 지난 2022년 1510억 원 순매수로 돌아선 뒤 지난해 1조8027억 원어치 현대차를 대거 사들였다.

    올해 들어 근 2개월간 외국인이 사들인 현대차 주식은 지난해 1년간 순매수 규모보다도 많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린 건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는 가운데 정책적인 모멘텀까지 맞물리며 현대차는 기업 밸류업 정책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현대차의 PBR은 여전히 0.59배에 그치고 있어 주가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밸류에이션은 저평가 상태는 분명하다"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 완화 가능성 등 긍정적인 모멘텀이 아직 남아있어 긍정적인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가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한 주주환원책은 하반기로 갈수록 투자 심리를 자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현대차는 결산 배당금으로 각각 8400원을 책정했다. 현대차는 2분기와 3분기 배당과 합치면 연간 배당금이 총 1만1400원이다. 현대차는 보유 중인 지분 중 4% 수준의 자사주를 매년 1%씩 3년간 소각한다.

    상반기 중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나 하반기 인도 기업공개(IPO) 추진 시 주주환원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아 시가총액이 한때 현대차를 넘었는데, 이는 더 높은 수익성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더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 원인"이라며 "이에 현대차도 추가 주주환원책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현대차의 자산회전율은 63%로 기아(126%)보다 낮다는 점에서 끌어올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임 연구원은 "금융 부문의 경우 자회사 현대캐피탈의 지분을 기아로 매각해 금융 부문 소유 구조를 분산한다면 현대차 ROE는 약 2% 개선될 것"이라며 "현대로템, 현대트랜스리드 등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과 뚜렷한 시너지가 창출되지 않는 연결 자회사에 대해서도 지분율 축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인도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활용하고 자금을 조달해 미래 차에 투자하기 위해 인도법인의 IPO를 추진할 전망"이라며 "인도법인 IPO를 시작으로 투자자산의 효율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목표주가 높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기존 29만 원에서 33만 원으로, 다올투자증권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기존 28만 원에서 34만 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16조 원에 달하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하다"며 "현대차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빼고 보더라도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상관관계로 분석할 때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