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 순익 1위 달성IFRS17 맞춰 보험계약마진 증가…건전성 지표도 개선본업 핵심경쟁력 강화에 펫보험 등 신사업 발굴도 박차'초고속 승진' 구본욱 대표, 양종희 회장 '바통' 받아 진두지휘
  • ▲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KB손해보험
    ▲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K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KB금융그룹 내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순이익 기여도 측면에서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비은행 계열사 1위인 셈이다.

    무엇보다 지난 1월 취임한 구본욱 대표이사 사장이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초고속 승진해 대표 자리에 오른 만큼 손해보험업계 상위권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 비은행 계열 이익 확대에 이바지해 금융지주사들과의 실적 격차를 더 벌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8일 KB금융그룹 경영보고서 분석 결과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순이익 752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5572억원에 비해 35.1% 증가한 것이다.

    KB국민은행(3조2615억원, 전년동기대비 +8.86%)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인 △KB증권 3896억원(+107%) △KB국민카드 3511억원(-7.26%) △KB라이프생명 2562억원(+88.6%) △KB캐피탈 1865억원(-14.0%) △KB자산운용 615억원(+3.70%) 등을 제치고 순이익 1위를 달성했다.

    특히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전체 순이익 1조3704억원(+18.4%) 가운데 보험사인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의 순이익 합산만 1조91억원(+45.6%)을 기록했다. KB금융그룹 전체 순이익(4조6319억원, +11.5%)에서 21.7%를 차지하면서 전년 16.6%에 비해 보험부문의 기여도가 높아졌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PF 등의 시장환경 변화로 KB증권, KB국민카드, K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부진을 거듭해 수익 규모가 들쑥날쑥한 상황에서도 KB손해보험은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평이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경쟁력 있는 신상품 출시와 적극적인 시장 대응으로 장기보험 판매가 늘었다"며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가 이어지면서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주력했다. 유병자 보험, 질병보험 등 다양한 상품 라인업 강화와 매출 확대로 CSM은 8조원대로 올라섰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216%로 전년 188%에 비해 27.8%p 개선됐다.

    지난해 CSM은 8조5180억원으로 전년 7조9450억원 대비 7.21% 증가했다. CSM 확보에 도움이 되는 보장성보험의 원수보험료가 2021년 7조2323억원, 2022년 7조8401억원, 2023년 8조3834억원으로 지속 상승한 점이 주효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 이익창출 기반인 CSM이 큰폭으로 증가했다"며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FVPL(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자산가치 증가 및 글로벌 주식시장 회복 등의 영향으로 투자손익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 ▲ KB손해보험. 사진=정재훈 기자
    ▲ KB손해보험. 사진=정재훈 기자
    호실적을 바탕으로 1월 취임한 구본욱 대표의 연착륙은 물론, 그룹 내 핵심 비은행 계열사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이 당면과제로 보인다. 특히 첫 내부 출신인 만큼 경영역량 입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 대표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경영전략에 맞춰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자동차보험상품본부를 신설했다. 자동차보험 마케팅 역량과 비대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인 본업의 핵심경쟁력을 위해 상품별 손익 및 마케팅 지원조직도 확대, 재편했다. 고객 서비스 및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대면‧비대면 고객접점 부서를 통합, 재편함으로써 소비자보호부서의 기능도 강화했다.

    아울러 주력 판매채널 GA채널을 담당하는 GA영업부문장 오영택 부사장을 재선임했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성과창출을 독려하겠다는 의지로 판단된다. GA 설계 매니저와 설계사, 시책 등의 활용도 역시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에서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전담부서도 신설했다. 펫보험은 가입률 1%대에 그쳐 손보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기환 전 대표 체제부터 이어져 오던 펫보험을 이어받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KB금쪽 같은 자녀보험'을 기반으로 신체건강, 정신건강 영역을 총괄 보장하는 자녀보험시장을 적극 확대하고, 다치면 바로 보상받는 상해보험, 가입 나이별 맞춤 건강종합보험 등 신사업을 통해서도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힘쓸 전망이다.

    구 대표는 2024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2015년 KB금융그룹에 편입된 이후 선진화된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핵심 계열사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며 "KB손해보험만의 최적의 색을 찾고 완벽하게 조합하는 과정을 위해 '회사 가치성장률 1위 달성'과 '조직문화 변화 관리의 완벽한 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종희 회장 바통 이은 구본욱 대표, '리딩 손보사' 도약 정조준

    한편 구 대표는 양종희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 단행한 CEO 인사로, 은행이 아닌 내부 출신 중에서 발탁된 인물이다. 앞선 양종희 회장과 김기환 전 대표는 모두 KB국민은행 출신이다.

    구 대표는 양 회장이 KB손해보험 대표이사였던 시절 수년간 손발을 맞춰온 인연도 있다. 양 회장이 초대 사장을 지내던 당시 구 대표가 전략‧재무 등 핵심 직책을 역임하면서 그를 보좌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회장이 2016년부터 5년간 성장 기틀을 다졌다면 바통을 이어받은 구 대표는 업계 '리딩 손보사'로 도약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특히나 대표 선임 당시 직위가 더 높은 부사장을 제치고 수장에 오르면서 기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구 대표의 직위는 전무였다. 전무급 임원이 바로 대표로 취임한 것은 KB손해보험 출범 이후 처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상생금융 등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양 회장의 리딩금융 수성을 위해서는 비은행부문을 책임지는 KB손해보험의 실적 확대가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특히나 지난해 상위 5개 손보사 중 순이익 5위에 머물렀던 만큼 올해는 수치로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