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촉구전력공급 리스크 적극 대비해야10% vs 216%… 전력자급률 천차만별
  • ▲ 대한상공회의소. ⓒ박지수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 ⓒ박지수 기자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국내 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고 전력계통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11일 '분산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수급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분산에너지는 에너지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 및 공급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에너지를 뜻한다.

    이어 "지역별 전력수급 불균형, 전력계통 보강 지연 등으로 첨단산업 클러스터와 지역거점 산업 단지에 대한 전력공급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 6월 시행을 앞둔 분산에너지법을 기반으로 대규모 전력 수요지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선도기업을 적극 유치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SGI는 전력에 대해 현대 생산시스템에서 노동과 자본에 이어 제3의 생산요소라 할 만큼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첨단산업의 경우 전력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다, 세계 무역질서가 기후위기 대응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면서 원전,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원을 통한 제품 생산을 요구받고 있다. 전(電)자생존 시대에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기업이 필요한 전력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SGI 박경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경우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에너지 중 전력의 비중이 높다. 특히 현재 용인, 구미 등에서 조성 중인 7개 첨단산업 특화단지 운영을 위해 15기가와트(GW) 이상의 대규모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 "반도체 산업에서 전력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겨 공정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 생산한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 하고, 설비를 재가동하는 데에도 수일에서 많게는 수개월이 걸려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비수도권 이전 과정에서 지역별 전원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입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역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안정적 전력 공급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 ▲ 행정구역별 발전량, 발전원별 비중(좌), 행정구역별 전력자급률(우). ⓒ대한상공회의소
    ▲ 행정구역별 발전량, 발전원별 비중(좌), 행정구역별 전력자급률(우). ⓒ대한상공회의소
    ◆ 지역별 전력수급 불균형… 충북 11% vs 경북 216%
    그러나 우리나라는 행정구역별 발전량의 차이가 크고 지역별로도 특정 발전원을 중심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전력생산량의 약 60%가 충남(18%p, 석탄), 경북(16%p, 원자력), 경기(15%p, 가스), 전남(11%p, 원자력·신재생)에서 만들어졌다. 반면 전력소비량은 서울·경기의 비중이 높아 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심한 상황이다.

    발전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전력자급률의 행정구역별 차이가 큰데, 특히 경기(62%), 서울(10%), 충북(11%)의 전력자급률은 매우 낮은 반면 충남(214%), 경북(216%), 강원(213%)의 경우 200%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지역별 전력 수급 불일치에 따라 동해안과 호남지역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송전선을 통해 수급균형을 맞추는 중앙집중형 관리를 해오고 있다. 전력수요의 지속적인 증가와 계통 불안정성 심화로 인해 전력망 추가 건설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력망의 건설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낮고 주민 보상비용과 설비 지하화에 따른 건설 비용 증가로 전력망의 적기 건설이 더욱 쉽지 않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는 "향후 추가로 건설될 발전설비의 입지를 고려했을 때 발전설비 용량의 수도권 비중은 2036년까지 현 상태(26%)를 유지할 것이다"라며 "발전소의 입지 조건과 주민 수용성을 고려하면 전력 대규모 수용가 인근에 발전설비를 단기간에 건설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아 전력 수요집중 지역에 대한 공급제약과 전력계통 운영의 어려움이 심화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망 보강, 분산에너지 활용… '정부' 역할이 핵심
    보고서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가 직접 안정적 전력공급 시스템 구축을 위해 중앙 집중형과 분산형 공급의 적절한 조합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강화하고 제도를 설계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책과제로 ▲전력계통 신속 확충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 ▲전력망 보강 투자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제도 설계 ▲전력망 건설에 민간투자를 유인하는 방안 도입 검토를 제시했다. 

    아울러 올해 6월 14일 시행예정인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분산에너지법)을 기반으로 규제 특례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전력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까지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박경원 연구위원은 "분산에너지법 시행을 계기로 에너지 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신산업 발굴이 본격화될 수 있다"며 "에너지 신산업의 발달은 분산에너지시스템을 강화할 뿐 아니라 연관 산업인 제조업(전기장비, 기계), 서비스업(금융 및 보험, 과학 및 기술)과의 조합을 통해 지역 내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분산에너지를 활용하여 지역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업과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지역별 에너지인프라 및 전력생산 관련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경제성 있는 전원 발굴 ▲분산에너지사업자의 경영활동 지원을 위한 자치법규(조례규칙)의 제·개정 등 제도개선 노력 ▲지역 중장기 수급전망 기반의 효율적 전력생산·소비패턴 확립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의 비수도권 이전 인센티브로서 분산에너지특구와 기회발전특구와의 연계도 제시했다. SGI는 "기회발전특구를 통해 제공하는 세제, 재정, 금융 지원에 분산에너지특구를 통한 필요 전력원의 안정적 공급까지 더해진다면 선도기업에 대한 강력한 유치 유인이 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한상의 SGI 박양수 원장은 "분산에너지법과 관련 정책을 면밀하게 설계해 나간다면 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감소와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 대응까지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