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오르던 환율, 7.7원 내린 1386.8원 마감한일 재무장관 공동 구두개입 등 효과 발휘"긴장 늦추긴 일러…1400원 재진입 가능성"
  • ▲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에서 시작된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 후퇴로 환율에 비상등이 켜지자 외환당국 수장들이 바삐 움직이며 진화에 나섰다. 

    특히 한일 재무장관은 17일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표명하며 통화방어 전선을 구축했다.

    이에 전날 장중 140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에서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내린 1386.8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5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연고점을 높였던 원‧달러 환율이 8거래일 만에 하락한 것이다. 

    특히 이날은 원화 약세요인이 더 부각됐음에도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위기관리 의지가 효과를 발휘했다.

    현지 시간으로 16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2%에 수렴한다는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전망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발언했다.

    강달러를 유발하고 있는 연준의 피벗(정책전환) 지연을 파월 의장이 직접 언급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이란의 보복 공습에 이스라엘이 '고통스러운 보복'을 예고하자 에브라힘 라이스 이란 대통령이 "고통스러운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맞서는 등 중동 정세 불안도 고조됐다.

    그럼에도 이날 원·달러 환율이 낮아진 것은 외환당국의 개입 메시지가 보다 선명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시간으로 서울 외환시장이 문을 열기 30분 전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을 만나 최근 기록적인 강달러 현상에 대해 양국 재무장관 명의로 ‘공동 구두개입’을 실시했다.

    이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나섰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총재는 CNBC와 인터뷰에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 환율 움직임이 과도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있으며 그렇게 할 여력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전날 오후부터 공식 구두개입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차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시장에선 전날 구두개입과 함께 실개입도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달러 강세를 보면 미국의 정책 역할이 크기 때문에 올라가는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중요하다”면서 “불안감이 확산하면 시장 컨트롤이 어려워질 수 있어 사전에 속도조절하는 차원에서 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최근 과도한 상승분을 일부 되돌림시켰지만, 중동분쟁 추이 등에 따라 환율이 다시 튈 수 있어 경계감을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 불안과 불투명해진 미국의 피벗 시점 등 강달러를 이끄는 대외 요인이 단기간에 완화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조만간 다시 1400원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