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獨, 기대수명 따라 연동호주, 수익률 저조 운용사 '강제퇴출'"지속가능 신뢰와 재정 안정성 확보가 관건"
  • ▲ 한국경제인협회. ⓒ연합뉴스
    ▲ 한국경제인협회. ⓒ연합뉴스
    연금재정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자동조정장치'와 민간 수탁사를 통한 경쟁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해외 사례를 통해서 보는 한국의 연금개혁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해외 주요국의 연금개혁 성공사례를 분석해 한국에 맞춰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실시한 연금개혁은 지난 1998년, 2007년 두 차례뿐이다. 연금개혁 없이는 적립금이 2055년 고갈된다는 분석 결과도 나오는 등 윤석열 정부는 3대 개혁(교육·노동·연금)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꼽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을 할 때 보험료를 지불하는데, 일부는 고령 세대를 돕고, 나머지는 은퇴 후 납부한 당사자의 노후에 사용하는 개념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더불어 경제성장이 위축되면서 국민연금을 지속하기 위해 납부할 보험료를 올리거나,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깎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했다.

    일본은 1990년대 촉발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1985년부터 2012년까지 다섯 차례나 연금법을 손질하는 등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특히 2004년 개혁 당시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한 것이 주목할만하다. 거시경제 슬라이드는 연금액을 '기대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에 연동해 공적연금 지급액 증가율을 임금 또는 물가상승분 이하로 억제하는 자동 조정 장치다. 일본 국민은 연금을 '저축'이 아닌 '보험'으로 인식하고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됐다.

    독일도 2004년 연금 지급의 자동조정장치로 '지속가능성 계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와 연금 수급자 규모의 변화를 바탕으로 급여 수준과 보험료율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이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있더라도 '지속가능성 계수'가 1에 수렴되도록 보험료율·급여 수준을 조정하기 때문에 연금재정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연금재정 안정화 장치를 도입한 국가의 국민들은 자국 연금제도가 지속가능한 재정을 유지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설령 연금액이 적더라도 자국 연금제도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고 신뢰도 역시 높다.

  • ▲ 한국, 호주 투자비중 비교. ⓒ한국경제인협회
    ▲ 한국, 호주 투자비중 비교. ⓒ한국경제인협회
    호주의 연금제도는 민간 퇴직연금이 주축이라는 부분에서 공적연금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국과 차이가 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연금운용' 방식이다. 호주는 퇴직연금을 정부 관리 아래 여러 민간 수탁법인이 운용 및 관리하고 수익률이 저조할 경우 강제퇴출된다. 

    호주퇴직연금협회(ASFA)와 호준건전성감독청(APRA)이 발표·공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약 7%대로 한국(4.9%)에 비해 높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수익률 1%p가 오르는 경우 보험료 1%가 상승한 것과 동일한 재정 효과가 있다.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수탁법인들은 연금 자산의 절반 이상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 등의 투자 비중 또한 평균 20% 중반 수준까지 운용한다.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지만,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 하에서 전문가 집단이 투자 위험성 등을 세밀히 분석해 자산을 운용한다.

    안전자산인 예금과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 투자 비중이 높은 한국의 국민연금 운용과는 대비된다. 우리나라도 제도와 규정 범위 내에서 국민연금 운용방식 전환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경협은 "해외 연금개혁 성공사례의 핵심은 '연금 재정의 안정성 확보'에 있다"며 "국내 상황에 맞춰 중장기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위에서 논의 중인 방안은 출산율 저하 및 고령인구 증가 등 사회·경제 여건에 변화 발생 시 지속가능한 연금재정 확보에 다소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연금제도는 사회안전망이자 백년대계의 장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성 유지가 중요하다"며 "연금개혁 시 지속가능한 연금재정을 어떻게 유지하고 수익률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