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고가 법인차에 부착롤스로이스, 포르쉐, 람보르기니 타격 불가피부정 사용 신고… 제도 순기능 기대
-
“연두색 번호판을 달게 되면, 아무래도 비싼 고급차 타면서 폼 잡고 싶은데 비용 인정은 받고 싶어하는 수요가 줄지 않을까요? 신고 당할까 봐 ‘아빠 찬스’ 쓰기도 어려워질 것 같구요.”올해 1월 1일부터 차랑가액 8000만원 이상의 업무용 승용차에 연두색 전용번호판을 부착하는 방안이 도입됐다.고가(高價)의 법인차 판매가 수입차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로 수입차 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월 1일부터 공공 및 민간법인에서 이용하는 업무용 승용차에 대해 일반 번호판과 구별이 되도록 연두색 번호판을 도입하는 방안이 시행됐다.연두색 번호판은 고가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사적(私的)으로 이용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및 국정 과제로 추진됐다.적용 대상은 차랑가액 8000만원 이상 업무용차다. 고가의 전기차 등을 감안해 배기량이 아닌 가격 기준이 적용됐다.개인 명의로 리스한 차량을 법인 명의로 승계하는 경우에도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전기차도 법인 명의 차량일 경우 파란색이 아닌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
만약 연두색 번호판 부착 대상이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연간 1500만원 한도의 법인 경비 처리를 받을 수 없게 된다.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은 고가의 법인차 시장이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수입차 등록대수는 27만1034대인데, 이 중 법인차는 10만7677대로 39.7%에 달한다. 수입차 10대 중 4대는 법인차인 셈이다.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해 판매한 7만6697대 중 4만466대(52.8%), BMW는 7만7395대 중 2만9779대(38.5%)가 법인차인 것으로 집계됐다.아울러 차량 가격이 수억대에 달해 럭서리 브랜드로 분류되는 ▲롤스로이스(87.3%) ▲포르쉐(61.1%) ▲람보르기니(90.0%) ▲마세라티(69.6%) ▲벤틀리(76.0%) 등은 법인차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업계에서는 이번 연두색 번호판 조치가 수입차 업계의 판매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수입차 시장은 2023년 27만1034대로 2022년(28만3435대)보다 4.4% 줄었다.경기침체, 고금리 여파로 수입차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연두색 번호판 시행으로 고가 법인차 시장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게다가 지난해 월별 법인차 판매를 보면 5000~9000대 수준을 보이다가 연두색 번호판 시행을 앞둔 11월 1만89대, 12월 1만2670대로 급증하는 모습이 보였다.
-
이에 대해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연두색 번호판 시행 전 고가의 차량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았다”면서 “‘빨리 차를 마련해달라’는 청탁도 많았다”고 밝혔다.럭셔리 브랜드 커뮤니티에서도 연두색 번호판이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한 회원은 “신고하려고 벼르는 사람이 많아 우려된다”고 했고, 다른 회원도 “주말 스키장 등에 연두색 번호판 법인차가 보이면 신고, 민원이 들어갈 것 같다”고 언급했다.수입차 판매가 다소 감소하더라도 연두색 번호판 시행 취지인 법인차 사적 사용을 차단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제시됐다.또한 번호판 색상이 형광빛을 띄는 밝은 연두색이기 때문에 전기차의 파란색 번호판과 달리 고급차 외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두색 번호판으로 법인차라는 게 나타나기 때문에 주말이나 심야 등에 부정 사용이 의심되면 신고하는 사례가 있을 것”이라면서 “럭셔리카를 타는 사람 중 상당수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는데 연두색 번호판으로는 실현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면 아무래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순기능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