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첫 회담 주목 … 의제 선정 난항에 늦춰질 수도"협치 관점서 환영, 성과 있어야" … 李 사법리스크, 깊은 대화에 걸림돌"현금 살포 바람직 안해, 알뜰히 돈 쓸 곳 많아" … "연금·의료개혁 머리 맞대야""특검법, 위헌소지·독소조항 없애는 보완 전제로 국민의혹 해소 협조 필요성도""의약분업 당시 DJ·이회창 영수회담 모델 삼아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눠야"
  •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영수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의제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MB)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던 유일호 안민정책포럼 이사장과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겸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좀 더 나타냈다. 두 전직 기재부 장관은 이 대표가 주장하는, 이른바 '전 국민 25만 원' 지급에 대해선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영수 회담은 애초 이 대표의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해 오는 25일 열릴 것으로 관측됐으나 지난 23일 열린 실무 협의에서 양측이 회담 의제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담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야권이 추진한 각종 법안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데 대한 사과와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수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덕 민주당 신임 사무총장도 23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특검법 마무리와 민생 문제 해결이 영수 회담에서 핵심적인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수 회담 일정이 다음 주로 늦춰지거나 만남 자체로만 끝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 ▲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겸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정상윤 기자
    ▲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겸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정상윤 기자
    두 전 장관은 먼저 이번 영수 회담 성사와 관련해 협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큰 틀에서 나쁘지 않지만,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잖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협치 관점에서는 큰 틀에서 환영한다"면서 "다만 성과가 있어야 할 텐데 걱정도,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기대에 대해선 "국정의 실마리, 물꼬를 트는 전기가 마련된다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의외로 우리가 예상 못 한 부분에서 절충안이나 의견 접근이 나온다면 그것을 계기로 국민이 (정부와 야당이)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어려운 국면"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로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고, 이 대표로선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자신이 여러 범죄 혐의로 사법 리스크를 떠안고 있어 공당 대표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박 전 장관은 "별 성과 없이 회담이 끝난다면 정국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기대보다) 걱정이 좀 더 많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장관은 지난 8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와 관련해 협치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기존의 정치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협력 모델을 만들려면 일단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면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전 장관은 이 대표와의 만남에는 제약이 따른다고 했었다. 박 전 장관은 "(이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사법 리스크를 안고 법정에 계속 출두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태에서 (대통령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칫 사법적 판단을 왜곡한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면서 "대신 야당의 원내대표 등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 거로 본다"고 제안했었다. 또한 박 전 장관은 "일각에선 (신임) 국무총리 지명 시 야당에 추천권을 주자는 과감한 제안도 하는데 헌법이 정한 틀을 벗어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 ▲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정상윤 기자
    ▲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정상윤 기자
    유 전 장관도 이번 영수 회담을 통해 정국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유 전 장관은 영수 회담 개최의 의미에 대해선 '불가피'하다고 했다.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패하면서 사실상 정국의 주도권을 정부가 아닌 야당이 잡게 됐고, 입법 권력을 손에 쥔 민주당과 이 대표가 제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한 달여 앞두고 보란 듯이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성 정책들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읽히는 대목이다.

    유 전 장관은 영수 회담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반반"이라며 "(정부로서도) '필요'한 만큼 (회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가 총선 이후 바로 제안한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 지급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선 두 전 장관 모두 반대했다. 박 전 장관은 "(현금성 지원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다. 전 국민 (지원금) 살포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알뜰하게 돈 쓸 곳이 많은데 (혈세를) 좀 더 어려운 계층에 맞춤형으로, 쓰임새 있게,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써야 한다. 채택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유 전 장관도 민생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총선 때 이미 입장을 충분히 밝혔으니 더는 말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이 대표가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을 공약하자 "(이 대표는) 13조 원 규모의 지원금을 왜 못하냐고 말했는데, 재원 마련이 쉬운 게 아니다"고 반박했었다. 유 전 장관은 "민주당은 부자 감세, 대기업 감세를 하지 않았으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 협조 없이는 어느 법안도 통과 못 시키는데, 세율을 누가 마음대로 낮출 수 있었겠나"라며 "지난해 법인세율을 1%포인트(p) 낮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야당은 그때는 필요한 일이라며 찬성해 놓고 이제는 그때 감세해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다고 말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영수 회담 추가 의제와 관련해선 박 전 장관은 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국민연금 개혁과 시급을 다투는 의료개혁 등의 과제를 두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전 장관도 포퓰리즘 정책 말고도 논의할 게 많다면서 회담 의제로 무엇이 필요한지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장관은 민주당이 제기하는 특검법과 관련해 "국민 여론을 살피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좀 더 과감하게 협조하는 게 어떤가 싶다"면서 "다만 지난번 특검법의 경우 위헌의 소지와 독소조항이 지적됐던 만큼 이를 보완한다는 전제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전 장관은 과거 사례 중 성과가 있었던 영수 회담 모델로 DJ(김대중) 정부 때 DJ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만남을 거론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 8차례 영수 회담을 했다. 2000년 6월 의약분업으로 의료 대란이 심각해지자 이 총재와 만나 의약분업을 시행하되, 약사들의 임의조제 근절을 담은 약사법을 국회에서 개정하기로 담판을 짓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유 전 장관은 "(2016년 9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설득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추미애 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회동했을 때 경제부총리로서 배석한 적 있다"면서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기는 어렵겠지만, 허심탄회하게 얘길 나누다 보면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