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자유주의 경제학자…국내 통계학 기틀 다져윤 대통령 가치관 형성 큰 영향…다정한 아버지
  • ▲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15일 별세한 윤기중(92)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부친'이라는 수식어 외에도 우리나라 통계학의 근간을 잡은 석학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3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윤 교수는 공주농고와 연세대 상대 경제학과(1956),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1958)를 졸업했다.

    1961년부터 한양대 경제학과에서 강단에 선 뒤 연세대 상경대학 조교수와 부교수를 거쳐 1973∼1997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가 됐고, 1991∼1993년 연세대 상경대학장을 지냈다.

    한양대에 재직 중이던 1967년 일본 문무성 국비장학생 1호로 선발돼 일본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경제학을 수학하기도 했다.

    특히 경제학 분야 중에서도 국내 통계학의 기틀을 잡은 업적으로 유명하다. 한국통계학회 창립을 주도했고 1977~1979년 한국통계학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일본 시토쓰바시대학 객원교수(1982∼1983), 한국경제학회 회장(1992∼1993)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고인이 집필한 통계학(1965)과 수리통계학(1974), 통계학개론(1983)은 국내 통계학의 기반을 닦고 후학을 양성한 대표적인 총론 교재로 꼽힌다. 한국경제의 불평등 분석(1997) 역시 주요 저서로 유명하다.

    주요 논문으론 한국의 국민소득분석(1958. 연세대 석사학위논문),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관한 연구(1975), 성장과 소득불평등도의 국제비교(1984), 불평등에 대한 재평가(2000), 한국의 교육비 탄력성과 불평등(2002) 등을 남겼다.

    소득분포의 불평등 문제를 주로 연구한 고인은 1999년 삼일문화상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고인은 윤 대통령의 가치관 형성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입학 기념으로 미국 내 대표적 신자유주의 학파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책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선물한 일화도 있다. 이 책에서 프리드먼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12월 대선 후보 시절 한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학 시절 술을 마시고 귀가해 부친에게 크게 혼이 난 일화를 전하며 고인의 '원칙주의' 성향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평소 성실과 원칙을 엄격하게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세심하고 자상한 면모를 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인은 자식에게 예절 교육을 엄격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다정한 아버지였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검사로 일하던 시절 입버릇처럼 '부정한 돈을 받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항상 아들의 빈 지갑을 슬쩍 채워줬다고 한다. 

    비교적 늦은 32세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아들이 연수원 동기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하느라 돈 쓸 일이 많다는 걸 알고 행한 배려다. 윤 대통령에게 고인은 정신적 기둥이었다.

    한편 윤 교수의 장례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3일장(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